大作영화 불패…'명량' 순이익 344억 최고
올해 처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은 지난 3일까지 극장에서 관객 1281만명, 관람료 매출 995억여원을 기록했다. 흥행이 지속되면서 적어도 관객 1350만명, 매출 105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영화발전기금 3%와 부가가치세 10%, 상영 및 배급 수수료, 총제작비 180억원을 제한 순수익은 229억원으로 추정된다. 수익률은 127%에 이르고,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 수익을 합치면 1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개봉작 중 ‘명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이 영화는 제작비 100억원 이상 대작 영화 중 수익률 2위에 올랐다.

블록버스터 전략이 국내에서도 통했다. 한국경제신문이 4일 지난해 개봉작 중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대작들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중급 규모의 상업영화 수익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완성도를 높인 영화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할 때 흥행 가능성과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흥행 상위 10편의 매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블록버스터 비중이 높은 할리우드 영화산업과 닮아가고 있다.

영화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을 들인 영화는 ‘국제시장’ 외에 ‘명량’(189억원) ‘해적’(172억원) ‘군도’(165억원) ‘역린’(121억) ‘타짜’(118억원) ‘해무’(100억원) ‘우는 남자’(103억원) 등 8편이다.

이 중 189억원을 투입한 ‘명량’은 관객 1761만명, 매출 1357억원을 기록하며 순이익 344억원, 흥행 수익률 182%를 기록했다. ‘해적’도 866만명을 모아 수익률이 51%에 달했다. 반면 ‘우는 남자’와 ‘해무’는 각각 60만명과 147만명을 동원해 수익률이 -81%, -53%를 기록했다. 8편의 평균 수익률은 27%로 잠정 집계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7편의 상업영화(총제작비 10억원 이상 기준, 편당 평균 제작비 59억원)의 평균 수익률은 0.3%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작들의 수익에서 관람료 매출 외에 부가판권 수입까지 합칠 경우 극장에서 마이너스였던 ‘군도’와 ‘역린’도 플러스로 돌아서 8편 중 6편이 흑자를 거뒀다. 대작의 75%가 손익분기점을 넘은 셈이다. 반면 상업영화 67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작품은 18편(약 27%)에 그쳤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대작들은 관객들의 취향에 잘 맞춰 제작하는 데다 마케팅 비용도 더 쓰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다”며 “할리우드처럼 한국영화도 산업자본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톱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이나 시리즈물 등 검증받은 작품들에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영화의 다양성을 훼손해 영화예술의 수준을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블록버스터와 영화의 다양성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야 한국 영화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