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 물든 빛과 선율의 '아름다운 포옹'
프랑스 시인이자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는 《촛불의 미학》에서 ‘불빛은 어둠 속에서 상상력을 태우며 자신의 아편을 먹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죽는다’고 했다. 빛은 어둠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동시에 색다른 상상력을 고양시키기도 한다.

극사실주의 화가 도성욱 씨(43)도 빛과 어둠을 소재로 한 풍경을 통해 관람객에게 무언가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제10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 맞춰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음악홀에서 특별전을 열고 있는 도씨는 “눈에 보이는 숲, 물결, 건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사용해 손에 잡히지 않는 빛을 작품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도씨는 “작품들은 빛과 어둠의 조화를 통해 ‘포용의 미학’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촉촉한 새벽녘의 빛은 삶의 희망을 나타내고 뜨거운 태양 밑의 그늘은 여유로운 휴식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빛이란 어둠과의 아름다운 포용을 뜻하지요.”

그는 숲이나 물결, 건물 등 우리 주변의 일상 풍경에 빛을 ‘믹스 앤드 매치’ 기법으로 접목한다. 대상을 촬영하고 캔버스에 옮겨 그 속에 풍경과 빛을 응축해 낸다. 새벽녘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나 도심의 고층 건물에 반사된 햇빛은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숨 쉴 여유를 선사한다.

작가의 그림에는 유난히 숲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에게 있어 숲은 다양한 빛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의 일종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에서 빛이 여러 곳으로 퍼져 나가는데 그게 의도적으로 그린 빛인지 단지 숲을 표현한 것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숲도 하나의 빛을 나타내는 피사체에 불과합니다. 숲에 빛이 스며들면서 그 빛에 의해 숲의 모습이 드러나고 반대로 빛은 반짝이는 숲의 도움으로 비로소 작품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거든요.”

도씨는 “음악제 기간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통해 관람객들이 더욱 풍성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달 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음악제의 주제 ‘오로라의 노래’에 맞춰 제작한 100호 크기의 대작 등 15점을 만날 수 있다. 판매된 작품 수익금의 일부를 음악제 후원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02)3217-003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