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20일 서울 통의동 청와대 옆에 자리 잡은 대림미술관(관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오전 10시부터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오후 6시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스와로브스키, 그 빛나는 환상’전을 보러온 관객들이다. 직장인 박인성 씨(34)는 “인왕산과 청와대의 풍광에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명품까지 감상할 수 있어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대림미술관의 관람객은 최근 2년간 37만명을 넘어섰다. 2010년 ‘칼 라거펠트 사진전’(12만명), 지난해 4월 ‘핀 율 탄생 100주년전-북유럽 가구이야기’(13만명)와 스와로브스키전(6만명) 등 3개 전시에만 31만명이 다녀갔다.

김정희 대림미술관 홍보팀장은 “서비스와 디자인 부문 고객을 겨냥해 명품 전시 위주의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지난해 관람객이 24만명으로 전년(13만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관람객 13만명이 다녀간 ‘핀 율’전은 국내 사립미술관의 단일 작품전으로는 최다 관람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1967년 3층짜리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대림미술관이 많은 관람객을 유치한 비결은 뭘까. 미술계에서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춘 게 첫째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모토로 일반인이 예술을 더욱 쉽게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김 홍보팀장은 “최근 들어 무겁고 어려운 현대미술 대신 패션, 디자인, 건축, 라이프스타일 등 일상 생활과 연계된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관람객 유치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공간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과 일상의 미감을 공유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 대림은 관람객이 크게 늘자 지난달 서울 한남동에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대안공간 ‘구슬모아 당구장’을 열었다. 낡은 당구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춘 재즈 콘서트, 아트 패키지, 다채로운 파티 등 특별 이벤트도 한몫했다. 지난달 크리스마스 파티는 명품 스와로브스키를 콘셉트로 클래식, 재즈, 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들려주며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3월17일까지 이어지는 ‘스와로브스키, 그 빛나는 환상’전에는 디자인, 패션, 건축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아우르는 럭셔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의 대표 명품들이 총출동했다.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마돈나, 비욘세 등 유명 스타들이 착용했던 스와로브스키 주얼리는 물론 조르지오 아르마니, 비비안 웨스트우드, 베라 왕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트 쿠튀르 드레스도 나와 있다. (02)720-06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