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와 동중국해 대한해협에 '소리 없는 포성'이 가득하다. 한 · 중 · 일 중소기업 간의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엔 상위 몇 개 업체만 살아남는다. 한국 일본 중국의 중소기업들도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세계 일류로 우뚝 서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한 · 중 · 일 중소기업 열전》의 저자는 20여년간 30개국의 중소기업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 · 중 · 일 중소기업들의 목표와 기업환경,경영철학,미래 지형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일본 편에서는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호두알 기업'을 소개한다. 이른바 강소기업들이다. 그 중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한 히가시오사카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서울의 성수공단과 비슷한 이곳에는 직원 30명이 미우주항공국(NASA)에 부품을 납품하는 아오키를 비롯해 풀리지 않는 너트로 고속열차의 너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하드록 등이 있다. 1400년이 넘은 세계 최고(最古) 기업 곤고구미 등 오사카 지역의 장수기업들에 대한 분석도 곁들였다.

중국의 경우 기업가 정신이 강한 저장성 지역의 기업들에 초점을 맞춘다. 이 지역은 중국 500대 민영기업의 37%를 배출한 곳.10년 만에 세계 온라인 기업 간 거래 시장을 제패한 알리바바닷컴,고물상에서 중국 굴지의 자동차 업체로 성장한 지리자동차,생활용품 분야의 강자 촨화그룹 등의 고성장 비결을 해부한다.

국내에서는 '폭풍우를 뚫고 야생화를 피워낸' 이름없는 중소기업들을 찾아간다. 나사왕국을 일궈낸 시화공단의 명화금속과 로봇센터링 기술로 도요타를 감동시킨 구로디지털밸리의 씨앤엠로보틱스,첨단 피팅으로 40개국을 호령하는 남동공단의 유니온금속,하늘을 나는 보트로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한 부평공단의 우성아이비….

이들 3개국 중소기업의 공통점은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다른 점도 많다. 도전 정신(혹은 기업가 정신)에서는 중국 기업이 최고다.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일본 기업은 세련된 목표를 갖고 있다. 예컨대 '남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라든지 '세계는 우리의 도량'이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저자는 이들 기업의 정신을 '일본=사무라이 정신''중국=장사꾼 정신''한국=사즉필생 정신'으로 규정한다. 아울러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제시한다. 그는 "중소기업을 '호랑이'로 키우라"면서 이른바 '타이거(TIGER) 전략'을 내놓는다. T는 탱고(Tango:기술 · 아이디어 융합) 전략,I는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전략,G는 독일(Germany)과의 연합전략,E는 감성제품(Emotional product) 전략,R는 로드맵(Road map) 전략을 뜻한다.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중소기업 관련 문제(자금 인력 기술 등)만 나오면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