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이 일었던 고(故) 박수근 화백의 유화 '빨래터'에 대해 법원이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조원철 부장판사)는 4일 빨래터의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이 위작 논란을 불러일으킨 아트레이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빨래터가 진품인 것으로 추정되지만,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 소장자인 존 릭스가 1954~56년 한국에 근무하면서 박 화백에게서 작품을 받은 것은 안목감정과 과학감정 결과 사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1950년대 미공개작이면서도 박 화백의 전형적인 스타일에 비해 생경하고 보관 상태가 완벽해 의심을 살 만한 데도,경매 주관사에서 감정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아 위작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빨래터'는 2007년 5월 서울옥션을 통해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거래됐으나 그해 12월 폐간된 미술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으며,서울옥션이 작년 1월 아트레이드 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그러나 법원의 진품 판결로 위작 시비는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법원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술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갔으면 한다"며 "미술계의 화합과 미술시장의 발전을 위해 항소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랑계 원로인 김창실 선화랑 대표도 "가짜 그림과 소모적인 진위 논쟁은 우리사회의 고질병"이라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감정능력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빨래터'가 위작이라는 의견을 냈던 최명윤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교수(62)는 "앞으로 박수근 작품 전반에 걸쳐 위작 여부를 살피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서보미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