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도예가 이진성 한양여대 전 총장(67)과 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을 지낸 서양화가 여운씨(62)가 서로 다른 장르인 도예와 회화 분야에서 현대인들의 정감 어린 정서를 잡아내는 작업에 동참했다. 그 결과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오는 21~31일 서울 행당동 행원갤러리에서 열린다.

'물에 흐르는 구름'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조상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깃든 분청사기에 사람의 따뜻한 온기처럼 뭉클하게 피어나는 우리 산하를 그린 철화분청(사진) 50여점이 출품된다.

대학 강단에서 만났지만 그동안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작가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매만지며 특유의 실험 정신과 자유정신을 보여주는 공통점을 지녔다.

또한 호흡이 맞는 도자와 그에 곁들인 그림이 나오기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래 갈고 닦은 솜씨로 성과를 이뤄냈다.

이 전 총장은 한양여대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분청사기에 조상들의 문화와 향기를 담아내 바쁜 현대인의 가슴 속에 '여유의 미학'을 보여줄 예정이다. 귀얄로 거칠고 재빠르게 무늬를 베풀기도 하고,부연 흙물에 초벌구이 그릇을 덤벙 담아서 거친 바탕흙을 감추며 만든 작품들은 부드러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처럼 화사하다. 40여년간 익힌 솜씨에는 삶의 인내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인들에게 여유를 찾아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깃들어 있다.

여씨는 철분으로 그린 도자 무늬가 기실 이 땅에서만 해오던 방법임을 발견한다. 붉은 기운이 더해진 짙은 검은 색 철은 도자기 재벌구이 과정에서 바탕을 파고들어 한민족의 정서를 또렷이 아로 새겼다.

색감이 단조롭지만 근본적이고 기운생동하는 언어가 화면에 숨어 있는 듯하다. 도자기 속에 짙게 아로 새겨진 우리 산하 풍경들은 하나같이 '거친 듯 부드럽고 무거운 듯하면서도 가볍게'느껴진다. 이번 도화전 판매액 대부분은 한양여대 발전기금으로 기탁될 예정이다. (02)2290-254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