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투병 중인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83)이 병상에서 자신의 손도장을 남겼다.

배삼룡은 15일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자신의 병실에서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과 아들 동진, 막내딸 경주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1회 희극인의 날'을 기념하는 핸드 프린팅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흡인성 폐렴으로 투병하다 3년 전 입원한 그는 현재 자가호흡을 하고 가끔 말을 하지만 사람들을 알아보지는 못하는 상태다.

이날 핸드 프린팅은 이용식이 배삼룡의 손을 잡고 프린팅 판에 손바닥을 누르는 것으로 진행됐다.

25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제1회 희극인의 날의 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용식은 "너무 많이 울었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손도장을 찍는데, 1970년대 내가 신인일 때 선배님이 날 차 뒷자리에 태워줬던 기억이 났다.

선배님이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승용차를 샀는데 MBC에서 그 차의 뒷좌석에 나를 태워주시면서 '너도 성공하면 이런 차 탈 수 있으니 열심히 해라'고 하셨다"며 "그때 생각이 나니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1970년대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배삼룡은 잇단 사업 실패 등으로 생활고를 겪었고, 현재는 병원비를 체납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식은 "그랬던 선배님이 3년째 저렇게 병원에 누워 사람도 못 알아보고, 병원비도 못 내는 상황이라니 기막히다"면서 "내가 병원비 모금 단장을 맡고 있는데 이제부터 또 열심히 모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일 선배가 돌아가시기 전에 핸드 프린팅을 못한 게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배 선배님은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한무, 배연정, 전유성, 임희춘 등 코미디언 17명이 자신의 핸드프린팅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