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탁월함에서 영감을 얻어요.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노을과 단숨에 세계 기록을 깬 운동선수를 봐도 흥분되죠."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미국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제시 노먼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음악의 원천을 이렇게 말했다. 노먼은 "영감은 언제나 우리 안에 존재한다"며 "끄집어내려는 노력만 있다면 영감은 마법처럼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자 파바로티''오페라의 검은 여왕' 등으로 불리는 제시 노먼은 풍부한 성량과 깊이 있는 음색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대표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다. 그는 1969년 오페라 '탄호이저'로 데뷔한 이후 라 스칼라,빈국립오페라극장,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를 휩쓸었고 미국의 '올해의 음악가상',그라모폰상,프랑스의 '레종 도뇌르' 등 세계 유수의 음악상을 받았다.

올해 64세가 되는 그는 30여년간 정상급 디바로 활동 중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링컨 대통령 탄생 200주년 기념 포드극장 재개장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는 "링컨이 '나무는 쓰러질 때 가장 크게 측정된다'고 말했듯이 저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먼은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계 오피니언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바쁜 스케줄에도 뉴욕 시립도서관 이사회,루푸스 재단,집없는 사람 후원회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 3월엔 카네기홀이 주최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유산 축제의 감독 겸 큐레이터를 맡았다. 그는 "제 고향인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무료 예술학교인 '제시 노먼 예술학교'도 능력 있는 중학생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활동들은 시민으로서의 의무이고 항상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가라 그러나 어디로',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이니아스' 중 '벨린다,그대의 손을 주오',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이기고 돌아오소서' 등 오페라 아리아를 비롯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회전목마' 삽입곡,조지 거시윈 등의 가곡을 들려준다. 그는 "1700년대 곡에서부터 레너드 번스타인,조지 거시윈 등 최근 작품까지 음악사의 놀라운 진화를 보여주고 싶다"며 "각 레퍼토리는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그는 "우리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약점이 있다"며 "제가 좋아하는 문구인 '계속해서 그리고 앞으로' 처럼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