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폭우가 쏟아진 탓에 서울 곳곳에서 침수ㆍ붕괴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하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천변 간선도로가 통제돼 교통 혼잡이 극심했으며, 지반이 약해져 주차장이 폭삭 주저앉은 곳도 있었다.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졌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곳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이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찾은 청계천은 물줄기가 온통 황토색으로 변해 넘실대며 나뭇잎이나 쓰레기를 휩쓸면서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 단위 나들이객이 많이 찾던 산책로는 온통 흙탕물에 덮여 어디가 물길이고 어디가 산책로였는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산책로로 내려가는 입구마다 `출입금지 침수통제'라고 적힌 형광색 통제선이 설치됐다.

이날 청계천 상류지역 모전교 수위는 평상시 수위보다 1m나 올라가 1.15m를 기록했고, 중류 쪽의 오간수교도 3.55m로 평소보다 3m나 높았다.

다리에서 물을 내려다보던 시민 이모(36)씨는 "이렇게 물이 많이 찬 것은 처음 본다"며 "유속이 엄청나 혹시라도 빠졌다간 큰일 나겠다"라고 말했다.

청계천 관리센터 직원은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의 마지막 칸이 물에 잠길 정도로 비가 퍼부었다.

작년에 비가 가장 많이 왔을 때보다 오늘 수위가 더 높아졌다"라고 걱정했다.

청계천뿐만 아니라 중랑천도 수위가 높아지며 천변의 동부간선도로는 전 구간이 통제돼 이 일대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고, 살곶이 체육공원 등 둔치도 물에 잠겨 출입이 통제됐다.

빗물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땅이 꺼진 곳도 있었다.

이날 오후 1시24분께 송파구 잠실동 현대아파트 101동 앞 주차장(가로 10m, 세로 10m)이 갑자기 10m 아래 지하 공간으로 내려앉았다.

주차장 바닥 콘크리트는 추락 당시 산산조각이 나 흙과 뒤엉켜 처참한 모습이었으며, 주차돼 있던 승용차 2대도 함께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이 됐다.

땅이 꺼진 주차장 바로 옆 놀이터의 펜스도 일부 무너져 내려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조모(39.여)씨는 "집에서 아이가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졌다고 전화해 깜짝 놀라 달려왔다"며 "놀이터에 아이라도 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라고 전했다.

이 지하공간은 기계실과 연결된 곳이어서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전체의 전기와 가스, 수도 공급까지 끊겼다.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주민 김모(58.여)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아무런 대비도 못 했는데 한동안 불편하게 생겼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