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주말&디자인'의 건축평론에서는 주로 완성된 건축물을 다뤄왔다. 하지만 이번엔 서울 중심부에서 6개월간 존재할 '시한부 건축물'을 살펴본다. 임시 건축물에서 보기 힘든 작품성과 예술성을 갖춘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파빌리온'이란 엑스포 등 전시회를 위한 임시구조물이다. 이들 전시건축은 외형보다는 실용적 공간확보가 목적인 건물이다. 시한부로 쓰이기 때문에 건축비용의 경제성을 중시한다. 되도록이면 빨리 짓고,철거도 쉬워야 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그것도 600년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안고있는 경희궁 앞마당에 독특한 천막구조의 파빌리온이 선보였다. 4월25일 개관했고,6월25일에 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트랜스폼(Transform)'을 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장 이름도 '프라다 트랜스포머(Prada Transformer Seoul,Korea)'다. 임시 건축물임에도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와 그의 오피스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를 통해 태어났다.

단순한 전시건축물에 세계적인 건축가가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전체 외형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4면체 형상으로 이뤄졌다. 내부 공간은 미술 영화 패션 특별행사 등 네 가지 테마의 전시 · 공연 등을 담아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독특한 외형에 따른 내부공간의 어울림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놀랍고 재미있다. 각기 다른 평면을 가진 4면체를 크레인으로 회전시켜 다목적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구성됐다. 건축물은 땅에 고정돼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하나의 행사가 끝나면 구조체가 회전하면서 다음 행사를 위한 공간이 새롭게 펼쳐진다. 움직이는 생물 개념을 형상화한 셈이다.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방문객들을 빨려들게 하는 또 하나의 매력은 주제별 공간이 각각 다르게 형상화된다는 점이다. 의상 전시 등 패션 테마 공간은 바닥 모양이 육각형 모양으로 이뤄졌고,사각형 바닥은 영화 관람 공간,십자형 바닥은 예술품 전시공간,원형 바닥은 특별이벤트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들 공간은 주제에 맞는 행사가 이뤄질 때 자연스럽게 모양과 공간이 바뀐다. 4월부터 6월까지는 '웨이스트 다운'이란 주제로 이탈리아의 세계적 패션업체인 '프라다'의 스커트전시회(사진 오른쪽)가 열리고 있다. 6월25일부터 7월9일까지 영화를 테마로 하는 전시회를 하고 있다.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단순한 전시 건축물임에도 건축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패션과 영화 등 첨단 현대문화를 전시하는 공간을 도심 한복판의 고궁에 마련했다는 점에서 장소가 주는 역설적 묘미를 제공했다. 600년 전통건축의 상징인 경희궁과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미래형 건축물이 서로 마주보며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대조도 멋지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실내로 들어가면 허공에 매달린 육각형 십자형 직사각형 원형 등의 모양을 한 강철 구조물이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들 다양한 형상의 구조물은 박투명의 흰 막으로 덮여 있다. '코쿤'이라고 불리는 획기적인 소재다. 내구성과 신축성이 뛰어난 탓에 다양한 형상의 구조물을 감싸면서 비정형의 형상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실내에서는 반투명막을 통해 은은히 자연광이 들어온다. 반면 야간에는 내부의 조명이 밖으로 비치면서 경희궁 앞마당에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오랜만에 회색빛 서울 도심에 즐거움을 주는 건축 이벤트가 되고 있다. 이 건물은 10월까지 살아있으면서 앞으로도 두 번의 변신이 예고돼 있다. 시간을 좀 내면 주변에서 보기힘든 멋진 변신의 목격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남훈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