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출신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79)는 이종 문화와 인종의 결합체인 라틴 문화와 풍만한 여체를 잘 조명하는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걸작들이 30일부터 9월13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을 통해 국내에 대거 소개된다.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활동한 보테로는 풍만한 양감을 통해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킴으로써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개척한 작가다. 그는 콜롬비아 메델린에서 가난한 행상의 세 아들 중 둘째로 태어나 16세까지 투우사 양성학교를 다니며 독학으로 그림을 연마했다. 그림에 나타나는 해학 넘치는 질감 덕분에 그는 라틴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전도사'라고도 불린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제작된 회화 89점과 조각 작품 3점이 출품된다. 보테로의 총체적인 예술세계를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장은 '정물&고전의 해석''라틴의 삶''라틴 사람들''투우&서커스''야외조각' 등 5개 테마로 나눠 꾸민다.

가장 눈길을 끄는 출품작은 풍만한 남녀들의 곡예장면을 그린 '서커스'시리즈 15점.과장된 비례,풍만한 형태를 지닌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로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가운데 2007년작 '죽마를 탄 광대들'은 서커스를 하는 남녀의 모습을 빨강이나 주황,노랑 등 강한 색채로 섬세하면서 볼륨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마치 아찔한 곡예를 펼치 듯 살아가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2000년작 유화 '춤추는 사람들'은 색색의 조명 아래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가 라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을 담아낸 작품.화려한 무도회 풍경을 리얼하게 잡아내 천성이 쾌활하고 낙천적인 보테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스페인 소설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희비극》의 등장 인물을 그린 2006년작 '셀레스티나'에서는 희화화된 인물을 통해 동시대를 비추고자 하는 보테로 특유의 회화성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 '죽어가는 소'(1985년),'악기'(1998년),'소풍'(2001년),'루벤스와 아내'(2005년),'자화상'(1992년),'서커스단원들'(2007년),'곡예사'(2008년) 등 작품들에서도 고품격이고 입체적인 미감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경제위기로 어려운 시기에 보테로의 그림을 통해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와 함께 라틴영화제,라틴댄스 공연 및 음악회,작가와의 대화(30일) 등 부대행사가 풍성하게 곁들여진다. 관람료 1만원.(02)368-14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