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제록스 켈로그 IBM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흔히 말하는 마케팅의 제1법칙은 '더 좋은 것보다 맨 처음 것이 낫다'는 것이다. 제품을 먼저 출시한 선발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마켓 리더의 조건'의 저자인 제러드 텔리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피터 골더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일반적인 견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마켓 리더들 중에는 선발 기업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VCR의 경우도 그렇다. 1956년 미국의 앰펙스(Ampex)라는 회사가 최초로 상업용 비디오 녹화기를 출시했지만,정작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기업은 일본의 JVC 마쓰시타 소니 등이었다. 종이 기저귀도 1932년에 존슨앤드존슨이 처음으로 일회용 기저귀 척스(Chux)를 출시했지만,대중 시장을 장악한 것은 P&G의 팸퍼스(Pampers) 브랜드였다.

게다가 저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시장 개척자들의 실패율은 무려 64%에 달했다. 결국 산업을 개척하거나 시장에 빨리 진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에서는 '비전'과 '의지'라는 두 가지 핵심 단어로 시장 지배력의 원천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마켓 리더들은 대량 소비시장을 겨냥한 혁명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PC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1970년대 중반에 빌 게이츠는 모든 사무실과 가정에 컴퓨터를 설치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앰펙스는 VCR를 전문가용 방송 장비로 국한시켰지만,소니와 마쓰시타는 VCR를 가정용 제품이자 문화적 매개체로 인식했다. 이처럼 개척자들이 고가의 틈새 시장에 매달릴 때,리더들은 대량 소비시장에 대한 꿈을 꾼다.

둘째,마켓 리더들은 이런 혁명적인 비전을 실현시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P&G는 당시 여행이나 외출용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종이기저귀를 대중화시키는 데 10년간 매달릴 정도로 끈기를 가진 기업이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