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선아와 이승기를 모델로 내세운 맥주 '맥스'는 감성보다 이성에 호소하는 광고 전략으로 단기간에 동종업계 3위로 떠올랐다.

은유로 치장한 감성적 문구를 버리고 '맛있다'라는 제품의 구체적 특징과 차별성을 부각시킨 카피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경기 침체기에는 이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효과적'임을 증명한 것이다.

감성 브랜드로 유명한 스타벅스가 햄버거 대명사인 맥도날드의 2달러짜리 커피에 '쓴잔'을 마시고 있는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맥도날드는 '맥카페'라는 이름의 매장 속 매장을 설치하고 커피 메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스타벅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생활 속 일용품으로서의 커피'라는 컨셉트가 '상징적 아이콘으로서의 커피'를 제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만 수백 개의 스타벅스 매장 문을 닫게 만드는 충격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마케팅 빅뱅》은 미래의 시장 판도를 예상하고 그에 따른 효율적 관리 요령이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시장 빅뱅의 혼돈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유지시키며 이를 기업의 지속적인 수입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마케팅 해법을 풍부한 사례 속에서 찾는다. 하나의 브랜드에 집착하는 미시적 안목이 아닌 앞날을 내다보는 큰 틀의 사고 방식이 과거의 법칙들을 과감히 무너뜨리는 '초혁신 전략'으로 제시된다.

"브랜드보다 카테고리가 더 중요하다. 코카콜라가 세계 최고의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콜라'라는 카테고리 안에서의 가치일 뿐이다. 브랜드가 아무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카테고리가 몰락하면 함께 사라진다. 음료 시장에서 콜라 카테고리의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천하의 코카콜라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실제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수년째 하락하고 있다. "

이에 대한 대책은 뭘까. 저자가 내놓은 해법은 카테고리의 지속적 확장이다. 즉 사업 다각화다. 패션 회사에서 와인을 만들고 자동차 회사가 향수와 가구를 생산하는 식이다. 단 아이덴티티가 유사한 제품은 금물이라는 조언을 덧붙인다. 코카콜라 브랜드로 생수가 나온다고 가정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는 '콜라'라는 카테고리부터 떠올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생수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충동 구매자가 생각보다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상점 안에 들어선 사람을 실제 구매자로 바꾸는 '쇼퍼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뉴욕 맨해튼의 의류 브랜드인 아베크롬비앤피치 매장이 대표 주자.길 건너편에 서 있기만 해도 특유의 향수 냄새가 코끝에 와닿을 정도로 도발적이다. 남성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모델 같은 여직원이 기념 촬영을 해주고 여성에겐 상의를 벗은 근육질 몸매의 남자 직원이 다가온다는 것.

'시장에 먼저 들어가면 무조건 1등을 하는가,광고만 하면 과연 잘 팔리는가,마케팅 조사의 숫자는 진실인가,좋은 디자인이 언제나 인기를 끄는가' 등의 예리한 분석은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기에 충분하며 나이키를 위협하는 새 강자 언더아머,마케팅 무적함대 P&G를 이긴 메소드의 혁신 사례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