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남자의 자격', '샴페인' 등 예능서 종횡무진
김태원 "난 극히 정상, 그런데 4차원이래"
"데뷔 25년 동안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어요.(웃음)"

말총머리, 선글라스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44)이 날로 주가 상승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입담을 과시하던 그는 급기야 두 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멤버로 합류했다.

3월 말 선보인 KBS 2TV '해피선데이'의 새 코너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에 이어 지난 2일부터는 KBS 2TV '샴페인'에도 패널로 나서고 있는 것.

사진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던 중 한 청년이 "안녕하세요"라며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는 사이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김태원은 늘 있는 일인 듯 "네 안녕하세요"라며 화답했다.

"과거에는 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혹시 알더라도 아는 척을 하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제가 입 다물고 있으면 접근하기 힘든 인상이거든요. 또 그 당시에는 워낙 어둡고 폐쇄적인 성격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길가면 90% 이상이 저를 알아보세요. 애들도 와서 사인해달래요. 그야말로 천지개벽이죠. 아내와 애들이 있는 필리핀에서도 난리가 났어요.(웃음) 방송의 힘이 대단한거죠."

그러나 얼굴이 알려졌다고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예전에는 우리 부활 식구들도 제 눈을 똑바로 못 쳐다볼 정도로 제가 무서웠어요. 특히 음악에 있어서는 가차없었죠. 연주하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난리났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많이 유해졌어요. 요즘은 어떤 사람을 만나도 즐겁게 해줄 자신이 있어요."

첫인상에서는 여전히 날카로움이 묻어나지만 한번 입이 열렸다하면 봇물 터진 듯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는 요즘 안방극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정 출연 섭외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고민 중일 정도.

"사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해 말 '라디오 스타'에 출연할 때만 해도 김태원이 누군지도 모를 때였죠. 그때 술자리에서 제 입담을 눈여겨보던 김구라 씨가 제작진을 열심히 설득해서 겨우 출연을 시킨 거였어요.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났고 이후 여기저기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어요."

MBC TV '놀러와'에 출연한 다음 날에는 그가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이어 각종 프로에 불려다니며 그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제가 원래 한 잔 걸치면 말이 많아져요. 취기가 돌면 쉬지 않고 말을 하는데 그 내용이 모두 충격적이라 사람들이 좋아하죠.(웃음) 제가 워낙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인생 얘기만 해도 소재는 무궁무진해요. 전 솔직함이 무기입니다. 누군가를 웃겨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랬다면 금세 바닥이 났을 거예요. 그냥 경험한 것들을 얘기하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네요. 남들이 보기에는 제가 4차원이래요.하지만 전 지극히 정상입니다.(웃음)"
김태원 "난 극히 정상, 그런데 4차원이래"
실제로 록그룹 '부활'의 멤버로 어렵게 음악을 하고, 도중에 대마초 흡연으로 두 차례 감옥에 다녀왔으며, 4년째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고 있는 김태원의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다.

그 내용이 독특해서이기도 하지만 그의 무심한듯 하면서도 수다스러운 화법이 귀를 잡아끈다.

그는 정색을 하고 "UFO를 봤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하나.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 역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게는 1번이 음악입니다. 제가 예능에 출연하는 것 역시 '부활'을 알리기 위해서죠. 젊은 시절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을 전혀 못했죠. 오로지 음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일단 부활을 알아야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더는 안 되겠더라고요. 나이 마흔넷에 기타 들고 무게 잡을 것도 아니고, 예능을 통해 부활을 알릴 수 있다면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은 콘서트에서 보여드리면 되죠."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부활의 콘서트가 매진된 것.

"우리 콘서트가 매진된 것이 처음이었어요. 콘서트장 밖에 팬들이 줄 선 것을 보고 감동했죠. 부활은 최근 사라져가는 중이었어요. 기억을 해도 이승철의 부활으로만 기억됐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부활이 어떤 그룹인지 다시 관심을 갖게됐어요. 희망이 있다면 부활이 다시 전성기를 맞는 것입니다. 이제 부활이라는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으니 지금부터는 사람들이 찾아서 들을 만큼 좋은 음악으로 보답해야죠."

방송가 구조조정의 칼바람과 상관없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그는 "운이 좋을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 '네버엔딩 스토리'나 '사랑할수록'이 대박이 났을 때도 때가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예능에서 제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지금 제 운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딴생각은 안해요. 그저 언제나 솔직하되 필터는 강력하게 작동시키자는 겁니다.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의 필터를 거쳐 내보내야 사고가 안 나죠. 그게 시청자에 대한 예의잖아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