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 힘든 몇 가지가 있다면 그중에 '힘든 사랑'이 포함돼 있을 거예요. 어쩌면 가난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요."

요즘 여성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여배우가 있다면 구혜선(25)일 것이다.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서 '백마 탄 왕자님'들인 준표(이민호 분)와 지후(김현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저녁 '꽃보다 남자'의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촬영장에서 만난 구혜선은 "사실 이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과연 잘 될까?'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반반이었어요.잘될 것 같으면서도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 한국 정서에 잘 맞을까 싶었죠. 또 잔디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도전이었어요."

그가 연기하는 금잔디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부모는 작은 세탁소를 경영하고 자신은 수영선수를 꿈꿨다.

그런데 극 중에서 툭하면 '서민'이라 불리며 무시당했다.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재벌 2세들이기 때문이다.

재벌에 비해 없이 사는 것은 잔디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재벌2세 중 한 명인 준표와 사랑에 빠진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수영선수의 꿈도 접어야했고 그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심지어 준표의 엄마는 잔디의 친구 가을까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잔디를 협박하며 준표와 헤어지라고 요구한다.

"잔디가 요즘 많이 지쳐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아요. 처음의 씩씩한 잔디는 왜 더는 볼 수 없느냐는 거예요. 다 힘든 사랑 때문이죠. 잔디는 가난은 견딜 수 있지만 힘든 사랑 앞에서는 무너져요.

이 자유로운 세상 속에서 죄짓는 것도 아닌데 마음대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사람을 좌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가난은 견딜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역시 한때는 가난에 대처하는 잔디의 자세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도중에 잔디를 100% 이해하지는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전부 다 이해했다면 편했겠지만 그러지 못해 중간에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왜 이 아이는 혼자서 현실을 다 짊어지려는 걸까', '왜 가족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는 그러나 잔디를 통해 순수해지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많이 밝아졌어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고요. 성인이 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는데 잔디를 연기하면서 좀 더 순수해지려 노력했어요. 잔디가 이해되지 않아 갈등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좀 더 순수해지자' 주문을 외웠죠. 실제로 제가 고2, 고3 때는 무슨 생각을 했었나 생각해봤더니 그 당시에는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최고였던 것 같아요.(웃음)"

'꽃보다 남자'는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출연진들은 잇따른 사고로 고생을 했다.

특히 구혜선은 지방 촬영에서 올라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입안을 세 바늘 꿰매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촬영 끝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해요.

사고 당시 머리를 세게 부딪혔는데 촬영 때문에 검사를 못받았어요.

또 수술 이후 항생제 부작용도 일어났어요.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스케줄이 힘들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사고가 안 나면 이상할 정도거든요.

다들 잠이 모자라 가만히 서 있다가도 스르르 옆으로 쓰러질 정도예요.

이제 일주일만 버티면 되니 모두 조심해야죠."
이날 인천에서의 촬영은 준표 엄마의 방해로 잔디가 결국 준표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이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었다.

24일 방송분으로 '꽃보다 남자'는 31일 종영한다.

"결말은 해피엔딩이길 바라요. 제가 개인적으로 보고나면 행복해지는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마음이 따뜻해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우리 드라마도 시청자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인천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