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 문건…연예계 반응 엇갈려

고(故) 장자연이 남긴 문건에 술자리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배우와 PD, 매니저 등 연예계 인사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 배우들은 "성 상납이나 술 접대는 실제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하는 반면, 매니저나 PD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는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 한 톱 여배우 A씨는 "신인 시절 성 상납까지는 아니지만 원하지 않는 술자리에 인사를 명목으로 불려나간 적이 많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여배우 B씨는 "장자연 씨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신인들에게 성 상납과 술접대, 돈 요구 등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인을 인사만 하고 가라며 PD나 감독이 있는 술집으로 부른 뒤 시간이 흘러도 못 가게 하고 결국에는 호텔로 같이 보내는 일이 있다"며 "난 성격상 그런 일을 거부했는데 그래서 여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B씨는 "정당한 방법을 통해 일하고 싶지만 매니저들이 잘못된 길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고 힘없는 신인들은 어쩔 수가 없다"며 "이런 식의 일을 반복적으로 겪다보면 화병, 우울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매니저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 대표 C씨는 "문건에 나온 술시중, 성 상납, 구타, 욕설 모두 한 번도 주변에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C씨는 "군소 매니지먼트사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오던데 군소업체에서도 그런 일은 보지 못했다"면서 "만약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느 집단에나 사이코패스가 있듯 아주 특별하고 이례적인 경우일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술자리 접대 문제 있어서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데는 공감을 표했다.

매니저 D씨는 "문건의 내용은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술 접대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D씨는 "매니저가 PD에게 단순히 인사를 시키려고 술자리에 배우를 데리고 나갔는데 그것마저 배우가 싫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을 술 시중, 접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안면을 트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매니저 E씨 역시 "매니저가 친한 PD에게 배우를 소개하기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빈번하다.
그런 자리의 성격이 이상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면서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나가기 싫은 자리에 억지로 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사 관계자들의 반응도 매니저들과 비슷했다.

한 방송사 간부 PD는 "명단에 PD 이름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가 배우들을 모시고 산 지가 언제부터인데 술자리 접대, 성 상납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배우와 술을 마실 수는 있다. 그러나 함께 술을 마신 것을 두고 배우가 강요에 의해 술을 접대한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도대체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술자리 접대도 황당한데 성 상납이라는 단어가 오간다니 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