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마지)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정호승 시인이 쓴 시 '그리운 부석사'다. 이런 절창은 그냥 읽어도 좋지만 시인과 함께 부석사를 찾아가 시작 과정을 들으며 감상하면 그 느낌은 각별할 것이다. 작품이 나오게 된 장소에 기념비가 세워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독자들이 유명 문인과 함께 문학 명소를 찾아가는 '문학기행'이 오랜만에 등장한다. 문학의 생활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모임'(이사장 김주영.이하 문학사랑)이 다음 달 9일부터 경상북도 일대에서 총7회에 걸쳐 문학기행을 연다. 이번 기행은 경상북도와 함께 문학과 관광을 접목해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킨다는 장기계획 아래 추진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기행은 하루 일정으로 작가와 독자들이 작품 무대와 생가,사찰,문화유적 등을 둘러보며 문학 강연,소설ㆍ시 낭독,시노래 감상 등의 행사를 갖게 된다.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첫 기행에서는 등단 35주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과 함께 청도 운문사를 찾는다. 정 시인이 문학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시절 무전여행을 갔다가 탈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정 시인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은 9월27일 '그리운 부석사'의 배경이 된 부석사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또 소설 '객주'의 배경이 된 문경새재를 소설가 김주영과 기업 임직원이 함께 둘러보는 기업 감성기행, 울진 기행(시인 김명인), 안동.예천 기행(시인 안도현), 상주 기행(소설가 성석제), 김천 기행(시인 문태준) 등으로 이어진다. 정호승 시인은 "작가와 함께 문학 공간을 찾으면 작품을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삶을 함께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김성경 경북도청 관광산업진흥본부장은 "이번 문학기행을 계기로 문학 테마 관광을 활성화할 예정"이라면서 "문학 테마 관광을 위해 향후 문학테마파크 조성, 작가와의 대화, 글짓기 대회 등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학기행 참석 인원은 1회에 100명이다. 문학사랑(02-2266-2132)으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 6만원(성인 기준).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