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강 로맨스'에서 첫 주연 맡아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방송과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뚜렷한 개성과 함께 친숙함을 전해주는 매력. 자신만의 특별한 가치를 높이고 있는 현영이 마침내 영화에서 주연을 꿰찼다.

이동욱과 함께 한 영화 '최강 로맨스'(감독 김정우, 제작 디알엠엔터테인먼트 외)에서 그는 사회부 기자 최수진 역을 맡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며칠새 참 많은 말을 들었어요.

'다음에는 뭐 할래?'라는 식의. 예전에는 캐릭터만 생각했는데,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데, 많은 분들이 이제 작품을 보고, 연기자의 길을 생각하고 골라야 한다고 말씀하시네요.

이쯤에서 한번쯤 인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가봐요."

영화의 주연배우에게 쏟아지는 덕담이 그에게는 꽤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줬나 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그리 달라진 태도를 보일 것 같지 않다.

"VIP시사회 때 모르는 여성분이 옆자리에 앉았는데 한참 웃다가 제 감정신을 보고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순간 가슴이 멍해졌습니다.

'아, 내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분이 있구나'하고. 물론 그 다음에는 또 다시 웃으셨지만요.

하하. 이런 느낌을 알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는 영화 속 최수진을 "2% 부족한 여자"라고 표현했다.

열심히 살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다소 철없는 여자라는 것. "철없는 여자가 2%를 채워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소개한다.

연예부 기자 최수진과 형사 강재혁(이동욱)은 어묵꼬치를 인연으로 만난다.

사회부 기자가 꿈인 그는 마침내 그 소망을 이루고 신문 연재 때문에 마약판매책을 쫓는 강 형사와 함께 다니며 좌충우돌한다.

자기 인생만 바라봤던 최수진은 강 형사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한편 자신의 인생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미숙함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현영은 특유의 큰 몸동작 연기와 심벌이 된 코맹맹이 목소리를 무기 삼아 희극을 펼치는 반면 사랑에 빠져가는 여자를 무난하게 연기해냈다.

"이 영화를 통해 현영이 웃기는 것만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도, 아파하는 감정도 연기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느껴주셨으면 해요.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을 말이죠."

그래서 '감정 연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죠?'라며 선입견 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

감정 연기보다는 웃기는 게 여전히 더 힘들어요.

감정신은 집중을 많이 해야 하긴 했지만 부담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웃음을 주는 건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야 해요."

다만 그는 "현영과 최수진이 참 많이 닮아 있어 다행"이라면서 "수진이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너 참 희한하다'는 말 정말 많이 듣지 않았겠느냐"며 밝게 웃었다.

첫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촬영 기간에는 정신적으로 힘든 게 전혀 없었다.

감독을 비롯한 촬영 스태프들이 모두 잘 챙겨줬으며, 무뚝뚝해 보였던 이동욱도 깊은 속정을 보여줬다.

시사회를 통해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던 며칠 동안 부담감에 잠을 설치며 비로소 주연이라는 위치가 주는 '심각함'을 경험한 것.

"마지막 부분에서 (전)수경 언니가 감초처럼 등장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저거 내가 지금까지 했던 건데' '내가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 아직도 주연보다는 감초 연기를 했던 때가 더 실감나나 보다.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05년부터 쉼없이 달려온 그다.

육체적으로 지칠 때도 됐는데 그는 "일을 해야 에너지가 솟고, 그 에너지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살면서 쉰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쉬면서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일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거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을 웃기면서 정작 본인이 괴롭다면 문제겠지만 저는 제가 즐기면서 해요.

다른 이들이 절 보고 웃어주는 게 좋습니다.

이미지 고착화요? 무섭거나 두렵지 않아요.

'최강 로맨스'에서 웃음과 함께 사랑의 감정도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보여줬던 것처럼 그렇게 서서히 하나씩 해나가는 거죠."

'패션 70s'를 찍으며 이재규 PD에게서 현영은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히는 현영에게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