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이 울릴 때는 밖으로 나가서는 안돼."

1976년 일본 야미지마 섬. 한 무리의 수색대원들이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 한밤중 섬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다.

어렵게 외딴 집에서 한 남자가 발견된다.

남자는 공포에 질려 계속 같은 말만을 반복한다.

"사이렌이 울릴 때는 밖으로 나가서는 안돼."
영화 '사이렌'은 이렇게 시작된다.

1976년 야미지마 섬에서 발생한 전 주민 실종사건이 영화의 배경. 영화는 사건이 발생한 지 29년 만에 이 섬을 다시 찾게 되는 유키 가족의 얘기로 다시 이어진다.

유키(이시카와 유이)는 아버지를 따라 동생 히데오의 요양 차 야미지마 섬에 도착한다.

젊은 의사 미나미다(다나카 나오키)의 안내로 섬을 돌아보던 유키는 섬 가운데 우뚝 선 의문의 철탑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철탑에 걸려 펄럭이는 긴 천들과 일본인과 생김새가 다른 섬 주민의 얼굴 등 야미지마 섬은 토착문화와 이국적 문화의 공존으로 왠지 낯설다.

미나미다 선생은 "전염병을 가진 외국인들이 이 섬에 정착하면서 유인도가 됐다"며 이질적인 섬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유키는 자신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주민들의 시선에 섬뜩함을 느끼고 도망치듯 새 집으로 들어온다.

다행히 옆집 여자 사토미(니시다 나오미)가 찾아와 여러 가지 충고를 해 주며 이사를 도와줘 유키는 마음이 놓인다.

그렇지만 사토미는 "사이렌이 울리면 집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고 당부한다.

다음날, 사이렌 소리가 온 섬에 울려 퍼진다.

사토미의 충고를 무시하고 사이렌이 울릴 때 밖으로 나간 아버지와 동생 히데오는 그 후로 점점 이상해져 간다.

그 와중에 유키는 외딴 집에서 29년 전 섬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남자가 남긴 수첩을 발견한다.

수첩에는 사토미의 말과 똑같이 "사이렌이 울릴 때는 밖으로 나가서는 안돼"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고, 유키는 그 구절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이후 유키는 이를 단서로 섬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 나선다.

영화 '사이렌'은 소리를 공포의 소재로 한 이색적인 호러물이다.

소니사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사혼곡2:사이렌'이 원작. 일본의 메이저 투자배급사 토호가 자체 제작해 올 2월 배급한 영화로 현지에서.두 달여 동안 상영되며 150여 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7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사이렌'은 TV공포물 '트릭'을 연출한 스스미 유키히코 감독의 작품. 이 드라마는 국내에도 소개돼 마니아 팬을 낳았다.

영화는 외형을 화려하지만 그 속내는 별 볼 일 없다.

관객을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의 내용을 올곧이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영화의 최고의 장점은 예기치 못한 반전. 국내에서 이 영화가 얼마만큼 관객몰이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20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