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소녀들의 아픔과 한을 담은 시집이 처음으로 출간됐다. `떠다니는 저 종이배처럼'(토우 刊)이란 시집을 낸 주인공들은 서울 구로구 오류2동 오류애육원(원장 정재옥)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유주 양을 비롯한 중학교 2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11명의 소녀들이다. 이 시집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김유권 시인과 조윤주 시인이 1년 6개월간 지도한 끝에 결실을 본 산물이다. 시집에는 버림받은 아이들이 세상과 자신의 부모를 향해 부르짖는 가슴속 응어리이자 내면의 통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남중 3학년 강유주(16) 양은 `이별'이란 시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라도 내앞에선 슬픈 얘기가 되고/엄마 아빠가 나를 버려야했던 그 심정에 목이 메어 옵니다/가슴에 박힌 돌하나 심장에서 팔딱거립니다"라고 부모와 헤어진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같은 학교 김진아(16)양은 `벼랑끝'이란 시에서 "오늘도 난 혼자다. 그리고 내일도 혼자일 것이다/또 다른 씨앗을 위해 그래서 난 견뎌낸다"고 쓰고 있다. 정지양(15)양은 `10년 후 나의 모습'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강아지를 보았습니다/나는 10년 전 보육원에 버려진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쏟았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그밖에도 박지선(17)양 등 11명의 10대 소녀들의 예민한 감수성과 슬픔, 삶의 고백들이 총 76편의 시에 스며들어 있다. 이들은 "시집을 내기 위해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흔들리는 영혼에 지렛대를 세우고 조금은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은다. "저희들은 이제 시를 통해 아픈 과거를 다 털어놓았기에 거리낌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요. 용기가 생긴 거죠. 세상을 지탱할 수 있는 지렛대를 사용할 줄 아는 법을 시를 쓰면서 배웠어요." 그러나 이들에게 처음에는 시를 쓰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두 시인이 아이들을 만난 것은 지난해 초부터였다. 김유권 시인은 "소녀들은 초롱초롱 하면서도 무언가 경계하는 눈치인데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어 그늘이 져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소녀들이 과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신념과 계기를 불어넣어 주고 더 나아가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길을 열어 주자는 뜻에서 시집을 내게 됐다"면서 "이들이 또다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윤주 시인도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이 아이들의 얼굴에서 어린 예수와 부처님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신의 얼굴을 보았다"면서 "가슴으로 써내려간 절절한 상처이거나 끝없는 그리움의 세계가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을 졸업하는 만18세가 되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고아원을 떠나야 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시를 통해 앞으로 닥칠 세상의 벽을 감내하고 자신들을 추스리며 한걸음 한걸음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인기 스타들도 추천사를 통해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가수 비는 "이 시집에는 아이들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부모를 원망하기에 앞서 용서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마음의 언어로 기성인들을 채찍질 한다"고 말했다. 배용준씨는 "이혼이 늘면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홀로서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건강하고 따뜻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고 추천했다. 한편 이 책의 인세는 오류애육원 원생들에게 되돌아간다. 119쪽. 6천원.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