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미국에서 미국과학연합(ASA)이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이들은 성경이 말하는 창조론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입증하고자 했다. 이 무렵 이른바 '성서고고학'이라는 학문이 더욱 부쩍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고고학적 발굴성과들이 성서의 내용을 뒷받침한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이같은 성서고고학 관련 외국의 연구성과는 국내에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창조론이 과학적으로 옳다는 말은 결국 찰스 다윈이 제창한 진화론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인데 이처럼 '과학을 포장한 창조론'의 허구를 통박하기 위해 198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출판부에서 나온 책이 「과학 모독」(ABUSING SCIENCE). 이번에 「과학적 사기」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완역 출간된 이 책 저자는 현재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필립 키처(56)라는 과학자다. 원저 발간 20년이 지나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에 대해 출판사(이제이북스)측은 "이 책에서 철저히 비판되고 있는 창조론자들의 문헌이, 그 내용 그대로, 아직도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 책이 제기한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창조론자들이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떻게 창조론을 '과학'이라고 포장하며 악용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창조론자들이 성경의 과학성을 입증하기 위해 즐겨 동원하는 증거들로서, 예컨대 성서에 기반을 둔 연대기라든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반박한다. 이런 글을 써야만 했던 동기로 저자는 창조론자들의 전방위적인 거센 압력을 생물학 뿐만 아니라 과학 전체에 대한 위기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 책이 나올 당시 미국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된 창조론자들의 '압력'에 의해 17개주에서 '창조론' 교육을 입법화하기도 했다. 이런 '비과학적' 움직임에 맞서 '철저한 과학의 전투'를 다짐한 이 책은 결론적으로 창조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진화론이 종교와 도덕에 대해 적대적이 아님을 강조한다. 즉, 진화론이 증명된다 해서 창조론자들의 주장처럼 도덕이나 종교가 절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성우 옮김. 352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