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평양을 방문할 때만 해도 일본 여론은 대북 협상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고이즈미 총리도 평양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연내 북한과의 수교를 성사시킴으로써 전후 일본 외교의 최대 과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귀국한 직후 일본 여론은 돌변했다. 납치자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대북 교섭에 대한 반대여론이 급속하게 확산된 것은 물론 북한 위협론마저 고개를 들었다. 16일 오후 8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되는 일요스페셜 '2003년 일본은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에서는 지난 1년 사이 일본에서 일어난 대북 인식변화의 양상과 결과, 그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지만 여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납치자 문제가 갑자기 일본 열도를 흥분시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취재팀은 NHK의 평양 선언 생방송이 취소되고 납치자 가족들의 호소가 생방송되면서 일본 국민들의 여론이 돌변하게 된 전후 사정을 취재했다. 납치자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자민당의 아베 신조, 히라사와 의원 등이 스타정치인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흔히 일본에서 젊은 정치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납치자 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지원이나 협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대북 강경 입장을 취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납치자 문제의 확대, 북한 위협론의 확산,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 등 북한 이슈를 매개로 한 일본 정치의 변화도 분석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