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대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추상 설치 영상미술은 '대상의 재현'이라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현대미술에 익숙한 시선에서 보면 실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극사실주의 그림은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사실과 이면'은 국내 극사실주의의 흐름을 감상하는 자리다. 고영훈 김강용 김창영 김홍주 한만영 이석철 주태석 지석철 등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계열 작가 9명의 작품이 출품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중 20여점만 엄선해 선보이는 것이다. 미국 극사실주의는 거리풍경 자동차 상점간판 같은 도시적 풍경이 주 대상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극사실주의는 모래사장이나 자갈밭 바위 혹은 기찻길과 같이 서정적인 자연풍경과 밀착된 소재를 택하면서도 주관을 배제하는 방식을 취했다. 구성에 있어서도 대상에 밀착하여 부분을 확대하고 세부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쿠션'의 일부를 정밀묘사해 재질감을 극대화한 지석철,실제 모래를 캔버스에 도포한 김강용 김창용의 그림들은 즉물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극사실적 기법을 적용하면서도 단순히 '일루전'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성작가들의 모더니즘적인 감각을 일부 접목시켜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형상미술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했다. 내년2월 15일까지. (02)2188-60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