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독립신문강독회'는 12일 총평을 마지막으로 7년 간 독립신문 사설을 현대 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마무리해 조만간 책으로펴낼 예정이다. 지난 1996년 LG 상남언론재단이 「독립신문 영인본」(전 6권)을 간행했지만 현대어 완역은 이번이 최초. 독립신문 강독모임은 서울대 김홍우 교수(정치학)와 몇몇 대학원생들이 중심이 되어 1996년부터 시작, 매주 토요일마다 독립신문 사설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모임에는 정치학 전공자는 물론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독립신문을 매개로 한 다양한 공론장을 만들어 왔다. 독립신문은 1896년 4월 7일 대한제국의 지원으로 서재필(徐載弼)에 의해 창간된한글.영문 병행신문으로 1899년 12월 4일 폐간될 때까지 19세기 말 한국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한편 민중 계몽을 위한 실천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그 역사적 의의가크다. 김홍우 교수는 독립신문에 대해 "100여 년 전의 글 속에 혼란한 시대를 살다간 당대 사람들의 열정과 고민이 녹아 들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기존의 편견을 버리고 독립신문을 읽는다면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찾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보고(寶庫)"라고 평가했다. 이날의 주제는 '한국사회과학론의 화두로서의 독립신문'. 구한말 현실에 대한비판, 3년 8개월 간의 지상(紙上) 논쟁을 거치면서 독립신문 속에 이미 '한국사회과학론'이 태동하고 있었으며 그 본래적 의미의 복원을 통해 한국사회과학 발전의 지체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김 교수와 공동발제에 나선 유범상 박사(정치학)는 "한국의 사회과학은 '이론의풍성함'과 '현실의 빈약함'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어 한국의 살아있는 이야기보다는 외국의 이론이라는 틀에 갇힌 사례분석에 치중해 왔다"면서 "이러한 현실에서 독립신문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은 사회과학 개론서로 읽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박사는 독립신문의 내용 가운데 군신간의 상약(相約), 즉 사회계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목에 주목했다. 예컨대 독립협회 및 독립신문은 생명권과 재산권의 보장, 공정한 절차에 따른재판, 죄형 법률주의를 골자로 하는 "백성의 권리"를 계속해서 요구한다. 국가와의 계약을 통해 권리를 확보하려는 일종의 '사회 계약'을 주장한 것. 또한 독립협회의 해산에 반발한 회원들이 1898년 11월 26일 종로에 모여 중추원의 시행과 독립협회의 복설, 협회를 탄압한 조병식의 재판 등을 요구하자 고종이 그들 앞에 직접 나서 요구를 수락하는 장면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이를 '비혁명적 사회계약'이라고 말하면서 서양에는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계약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독립신문 강독회는 또 총평에서 '100여 년전 당시 우리 사회의 실상을 여과없이보여준다는 점', '대한 사람들이 계몽할 것을 촉구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는 사실', '법률과 규칙이 실제 행해지지 않는데 강하게 비판하면서 각종 재판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는 점' 등을 독립신문의 가치 및 특징으로 꼽았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신문화연구원 문옥표 교수(문화인류학)는 독립신문을 현대어로 옮기는 작업이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했고, 고려대 정문길 교수(인사행정)는 "우리가 한국적 토양 위에서 직접 우리 문제를 논하는 작업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립신문 강독회의 연구성과는 독립신문 연구자를 위한 자료집과 일반인들을 위한 요약.발췌집의 두 가지 형태로 출간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