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시장에는 매월 그 달의 매상을 좌우하는 '예정된 대박 상품'들이 존재한다. 졸업 승진 입학준비로 바쁜 2월은 아래 위 한 벌 정장, 봄이 오는 3월은 바람막이 트렌치코트,나들이하기 좋은 4월엔 가벼운 점퍼가 대표적인 품목들이다. 그렇다면 6,7월의 베스트 아이템은 무엇일까. 패션 관계자들은 단연 서머 드레스를 지목한다. 드레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피스와 같은 개념. 미국과 유럽에서는 원피스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페리엘리스의 전연신 이사는 "이 달 중순께부터 원피스 드레스의 출고량을 늘려달라는 판매사원들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원피스가 판매 1위 품목에 성큼 올라섰다고 말했다. 원피스가 유독 여름에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기능성이다. 한여름 더위에는 말 그대로 한 장으로 구성된 원피스가 가장 편하고 초여름 변덕스러운 기온과 잦은 비에도 '원피스+점퍼 또는 카디건'차림이 가장 좋다는 게 전 이사의 설명이다. 이렇듯 서머 드레스 붐은 미리부터 예견됐지만 올해는 이른 더위로 인해 그 시기가 예년보다 1∼2주 앞당겨졌다. 유행 스타일도 이전과 다르다. 로맨틱 무드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에는 리본과 레이스로 장식된 원피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스포티&섹시' 이미지가 강세다. 여성복 캐너비의 이진영 디자인실장은 "활동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이미지는 올해 패션계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 일단 어깨 부위의 노출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민소매는 기본. 가는 어깨 끈이 달리거나 아예 어깨부분이 없는 원피스도 잘 팔린다. 네크라인의 깊이도 더해졌다. 길이는 발목 길이의 클래식 라인과 무릎 위 미니가 공존한다. 구치의 실크저지 드레스는 윗도리로 오인받을 정도로 그 길이가 짧다. 프린트는 화려한 원색 꽃무늬,다양한 두께의 줄무늬,기하학적인 문양 모두가 등장했다. 아무런 프린트도 없는 단색 원피스도 나왔다. ◆스포츠 클럽 스타일 테니스 야구 럭비 사이클링까지 갖가지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유행을 이끌고 있다. 목선과 소매,어깨진동 부분 등 스포츠웨어에서 디자인을 따왔음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이번 시즌 스포츠 룩은 왠지 그 이미지가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마치 상류층 '스포츠 클럽'회원의 옷차림을 보는 듯하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와 안나 수이 등은 컬러를 톤다운된 블루나 아이보리 등 차분한 계열로 통일하고 소재를 고급화함으로써 부티나는 스포츠 클럽 룩을 완성했다. ◆워크웨어 스타일 밖으로 툭 불거져 나온 아웃포켓과 지퍼,견장이 주 장식물이다. 포켓은 진짜 기능성을 살리기보다는 '기능이 있어 보이는 디자인'을 위한 디테일. 지퍼도 여밈과 이음을 위해 존재하기보다는 선 장식의 하나로 쓰였다. 몸판 전체에 크고 작은 주머니와 지퍼가 달린 질 샌더의 미니 드레스가 이 스타일을 대표한다. ◆셔츠 스타일 셔츠의 아래 부분을 길게 내린 듯한 디자인에 단추로 앞을 여미고 벨트로 포인트를 준 셔츠 원피스는 매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예년보다 셔츠 깃의 사이즈가 작아지고 여성적인 실루엣이 강조됐다. 허리 아래를 넓힌 A라인,벨트와 주머니 부분을 강조한 사파리 룩 등 다양한 변형 디자인이 판매되고 있다. 페리엘리스,랄프로렌 등 트래디셔널 여성 캐주얼 매장의 주력상품이기도 하다. 서머 드레스를 입을 때는 신발과의 코디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하이힐은 미니드레스에는 어울리지만 셔츠원피스처럼 심플한 롱스커트에는 웬만해선 어울리지 않는다. 또 너무 단정한 펌프스는 답답해 보이기 쉽다. 납작한 굽이 달린 뮬(mule·슬리퍼 형태의 구두)이나 오픈 토 슈즈가 가장 잘 어울린다. 모자와의 매치도 고려해본다. 둥근 챙이 달린 모자나 요즘 유행하는 서머 캡을 쓰면 훨씬 감각적으로 보일 수 있다. 가방은 가죽보다는 캔버스나 면 등 천 소재의 것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