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 인도에선 모든 불평등도 종교라는 이름으로 평등하게 받아들여진다. 윤회를 믿는 그들은 다음 생에 보다 나은 카스트와 보다 나은 삶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박시시(자선)를 행하고 있다. 힌두교인이라면 누구든 마지막 생을 이곳에서 마감하길 원하며 유럽만큼 넓은 땅, 인도를 여행한다. 인도인들의 영혼의 고향, 강가(Ganga,갠지즈)를 향해서.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힌두 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원, 유적, 버스, 레스토랑 등 어디든 눈길 가는 곳엔 늘 신들이 함께 한다. 신화에 그려진 신들은 때론 서민들의 영웅이 되고, 부와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인구 10억의 인도인들의 갖가지 소망을 들어주는 신들 역시 놀랄 만큼 다종다양하다. 하지만 자신이 숭상하는 신이 무엇이든 힌두교인들이라면 누구나 죽을 때만큼은 한 곳에서 생을 마감하길 원한다. 바로, 강가(어머니인 Gangamataji에서 유래했다)라고 부르는 갠지즈 강이다. 영어명 베나레스(Benares)는 인도 독립 후 바라나시(Varanasi)라는 공식적인 명칭으로 쓰이고 있는데 바로 이곳에 갠지즈 강이 있다. '영적인 빛으로 넘치는 도시'라는 의미도 있는 이 성지는 히말라야의 물이 유유히 평원을 흘러 도착한 곳에 형성되었다. 3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힌두교 최대의 성지이며 동시에 파괴와 창조의 신, 시바신의 성지이다. 힌두교에 따르면 갠지즈 강의 성스러운 물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는 용서받고, 이곳에서 죽어서 사체를 태운 재를 강에 다시 흘려 보내면 윤회로부터 해탈한다고 한다. 힌두교인으로서는 최대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매년 1백만명이 넘는 순례자가 이곳을 찾는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는 인도의 온갖 모습을 한 순간에 스케치할 수 있다. 목욕하는 사람들, 시체가 되어 화장되기를 기다리는 고인들, 빨래를 직업으로 삼아 강 한편에서 침구와 의류를 세탁하는 '불가촉' 천민들. 그리고 이들에게 박시시(자선)를 요구하며 구걸하는 거지들까지, 상상할 수 없는 모든 삶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이방인에겐 낯선 풍경일 것 같은 그런 모습들이 이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처럼 여겨지고 차마 시선을 마주할 수 없는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갠지즈강 주변에는 부자들이 헌금한 돈으로 세워진 가트(Ghat)가 즐비하다. 목욕을 하거나 장례를 기다리거나, 축복을 받기 위해 성지를 방문한 사람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 가트들은 앞면이 전부 강을 향해 만들어진 일종의 가옥이다. 이곳에서 맞은 편 강을 바라보면 아침엔 황금빛으로 주변을 물들이는 일출을 볼 수 있고 낮에는 순례자들, 밤에는 불을 밝힌 촛불을 강에 띄우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놀라는 장면은 역시, 장례식 풍경이다. 뗏목을 굴려가며 사람을 태우는 화장터의 모습과 그곳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탁한 강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는 사람들의 극명한 대조는 어떤 여행자든 충격을 받게 마련이다. 때때로 화장할 돈이 없어서 그냥 강에 띄운다는 사자(死者)의 모습조차 볼 수 있다. 바라나시 중심에서 강쪽으로 오는 길은 제법 멀어서 외국인들은 으레 자전거 릭샤를 타고 진입한다. 그 길 양편으론 별의별 상품을 다 판매하는 각종 상점들이 즐비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눈요기가 된다. 숨막힐 것 같은 매연조차 그곳이 인도임을 깨닫게 해주는 바라나시로의 여행은 여행자들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준다. 그래서 인도로의 여행은 바라나시를 빼곤 생각해볼 수 없을 정도이다. 바라나시에서 둘러볼 만한 장소로는 인도의 민족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바나라스 힌두 대학을 꼽을 수 있다. 구내에는 비쉬와나트 사원과 인도 미술관이 있어 북적거리는 인파를 벗어나 한가롭고 조용하게 훌륭한 조각과 세밀화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도까지는 델리까지 직항하는 아시아나 항공(02-2669-8000/8시간 30분 소요)을 이용, 도착 후 비행기로 1시간 20분 정도 이동하면 된다. 또, 일본이나 홍콩을 경유하는 에어인디아(02-752-6310)도 운항되고 있으며 인도 국내에선 제트 에어웨이즈, 사하라 인디안 에어라인즈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인도 여행에 관한 일반정보는 인도정부 관광국(www.tourismofindia.com)에서 찾을 수 있다. < 글 = 이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