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성지순례를 갔을 때 그 큰 교회들이 텅 텅 빈 채 관광객뿐인 걸 보고 건물을 남길 것이냐,사람을 남길 것이냐를 생각해봤습니다. 당시 유럽 교회들이 그 예배당 세울 돈을 사람에게 썼으면 지금의 이런 영적 궁핍함이 초래됐을까 싶더군요." 건물 대신 사람을 세우기로 한 조 목사는 교회 창립 이후 지금까지 교회 운영에 있어 세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교회 예산의 30% 이상을 구제·선교·장학사업에 쓴다는 것,교회 재정의 잔액을 1백만원 이상 남기지 않는다는 것,성탄절 부활절 등 연중 네차례의 절기헌금은 전액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쓴다는 것 등이다. 이 원칙들을 지키다보니 광염교회는 돈 쓸 곳을 찾기에 바쁘다. 지난 여름 수해가 났을 땐 강릉으로 달려가 2천만원 어치의 물품을 지원했고 지난달엔 추수감사절 헌금 2천2백만원으로 아프리카 수단에 한 컨테이너 분량의 옷을 보냈다. 광염교회의 성탄헌금은 교회 안의 어려운 이웃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랑의 집' 사업에 쓰인다. 지금까지 모자가정,필리핀·인도 노동자,지방출신 학생 등을 위해 다섯 곳에 방을 마련해줬다. 또 신학생과 일반 학생 등을 위해 연간 5천만원 이상 장학금도 주고 있다.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성인 신자가 8백명 정도인 광염교회의 연간 재정규모는 13억∼14억원. 이 중 절반 이상을 구제,선교,장학사업에 쓴다. 지난 3·4분기의 경우 3억2천7백만원의 수입 중 54.1%를 이런 일에 썼다. "초기부터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니 신자들이 더 좋아할 뿐 아니라 그 파워가 대단합니다. 교회 홈페이지(http://sls.or.kr/)에 모든 재정상황을 공개하거든요. 또 1백만원만 남기다 보니 돈 문제로 분란이 생길 일도 없지요. 평소엔 돈을 쓸 때 몇 백원 몇 천원을 가지고 망설이기도 하지만 연말에 다음해 예산을 짤 때면 저하고 신자들하고 다투기가 일쑤예요. 신자들은 목사 사례비(월급)를 올리자고 하고 저는 이만하면 됐다고 하고…." 조 목사의 월 사례비는 95만원. 흔한 승용차도 한 대 없고 자기 사무실도 따로 없지만 교회에서 사택과 자녀 학비를 지원하므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돈은 쌓는 게 아니라 쓰는 것입니다. 특히 교회 돈은 쓰라고 주시는 것인 만큼 고정비를 빼고는 구제,선교,장학사업에 다 씁니다. 우리 몫을 줄이면 나눌 몫이 커지니까 좋지요." 광염교회의 이같은 이야기는 '감자탕 교회 이야기'(김영사)라는 책으로 내주중 출간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