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순수한 시장경제적 의미에서의 자본주의는 없다. 현실의 민주주의도 실은 가짜다. 지식인과 언론의 역할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들은 오히려 화려한 수사로 진실을 왜곡해 왔다.' 다소 과격하게도 들리는 이같은 주장은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가 한 말이다. '촘스키,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촘스키 지음,강주헌 옮김,시대의창,9천8백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학교에서 배웠던 상식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고발하는 책이다. 프랑스의 언론인 드니 로베르와 베로니카 자라쇼비치가 촘스키를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꾸며진 이 책에서 촘스키는 미국의 세계지배 음모와 지배권력의 속성,지식인과 여론조작,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해부한다. 오늘날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엄청난 권력을 가진 개인 기업들이 서로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강력한 국가권력에 의존하면서 위험과 비용을 분산시키는 체제'라는 것이 촘스키의 진단. 그는 또 지식인의 역할이 민중을 소극적이고 순종적이며 무기력한 존재,곧 프로그램된 존재로 만드는 데 있다고 질타하고 진정한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