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와 예술의 전당이 공동제작한 오페라 '오텔로'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오페라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 '오셀로'를 기초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작곡가인 베르디가 73세 되던 해인 1887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흔히 베르디의 3대 인기작품으로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가 거론되지만 음악평론가들은 '오텔로'를 최고의 작품으로 주저없이 꼽는다. 베르디 후기작품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오텔로'는 기존 오페라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정형화된 캐릭터나 단순한 캐릭터 구성에서 탈피, 무겁고 복잡한 주제의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 특히 베네치아와 터키의 정치적 역학관계, 무어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등장인물의 본능과 내면적인 성격이 치밀하게 묘사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철저한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호주 출신의 엘리야 모진스키가 연출을 맡았다. 모진스키는 무대에서 보여지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제의식과 정교하게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면무도회' '스티필리오' 등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스텍터클한 도입부는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무대 막이 열리자마자 천둥소리와 함께 레이저빔으로 표현된 번갯불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포연과 자욱한 먼지속에 긴박하게 움직이는 베네치아 병사들의 모습은 1막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 끈다. 3막에서 거대한 예수 그리스도 그림이 던져주는 적막한 고독과 죄의식은 모진스키 연출의 힘과 감동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티모시 오브라이언의 무대세트 또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한국공연을 위해 들어오는 무대세트의 반입량이 40피트 컨테이너 6박스이며 배우들이 입는 의상만 1천벌이 넘는다. 주인공 오텔로역을 맡는 테너 김남두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이아에서조차 마땅한 테너가 없어 '오텔로'를 공연하지 못할 때 크게 각광받은 오텔로 전문 성악가다. 데스데모나 역을 맡은 조경화는 현재 이탈리아를 무대로 활동중인 소프라노로 한국 소프라노로는 드물게 드라마틱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를 겸비한 스핀토 목소리의 소유자로도 이름 높다. 이아고 역의 우주호는 주로 유럽에서 활약하는 성악가로 칠레아 콩쿠르, 타란토 국제 콩쿠르 등 세계적인 콩쿠르를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1막에서 오텔로와 데스데모나가 함께 부르는 '사랑의 2중창'과 이아고가 오텔로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다짐하며 부르는 '크레도', 4막에서 데스데모나가 부르는 '아베마리아'는 많은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아리아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