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참사 1주년을 맞아 이 사건과 관련한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대개는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나 미국의 음모,이슬람 세계와 문명에 대한 재조명 등을 다룬 책이다. 프랑스 저술가 장 샤를 브리자르와 기욤 다스키에가 쓴 '빈 라덴,금지된 진실'(문학세계사,7천8백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라덴 조직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폭로한다. 또한 미국은 석유 확보를 위해 사우디의 지원하에 탈레반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왔다고 주장한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술가 이리유카바 최의 '9·11 위대한 기만'(문예춘추,8천5백원)은 "미국이 카스피 해와 우즈베키스탄 지역에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차지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고 한다. 빈 라덴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부시의 음모'(당대,7천원)를 쓴 일본의 정치평론가 이타가키 에이켄도 부시 대통령이 동시다발 테러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쟁의 이면에는 에너지 쟁탈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슬람 세계를 다룬 책으로는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의 '이슬람 문명'(창작과비평사,1만8천원),이슬람 세계의 소수민족 분쟁을 다룬 '끝나지 않은 전쟁'(한국이슬람학회 지음,청아출판사,1만4천원)이 대표적이다. 두 책의 저자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슬람 전문가들이다. 세예드 모함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문명의 대화'(지식여행,1만3천8백원)라는 책에서 문명의 충돌과 갈등에 대한 이론적인 논쟁을 떠나 이제는 인류 평화를 위해 문화다원주의와 상대문화 존중이 전제되는 문명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중동학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버나드 루이스는 '무엇이 잘못되었나'(나무와숲,9천8백원)에서 정교일치 여성차별 근친결혼 등 이슬람 세계 내부에서 이슬람 몰락의 원인을 찾고 있다. 또 '사담 후세인'(김동문 지음,시공사,9천8백원)은 테러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해 현지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