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경숙의 소설모음 'J이야기'가 출간됐다. 등단 초기부터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하기 전까지 신문이나 잡지 사보 등에 썼던 짧은 작품들을 엮은 것이다. 게재 당시와는 달리 글들을 대폭 수정하고 새롭게 재구성했다. 20대의 신경숙이 쓴 글을 마흔이 된 신경숙이 다시 고쳐 쓴 셈이다. 주인공 J가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며 맞게 되는 삶에 대한 통찰을 총 44편의 짧은 소설 속에 담았다. J와 J의 가족,친구,애인,선후배,남편,딸 연이가 엮어내는 이야기들은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이면서 또한 J라는 한 인물의 연작이기도 하다. 시골 작은 마을에서 자란 J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서울로 올라와 오빠와 함께 살아간다. 작가의 개인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J는 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를 다니다 8년간 사귄 남자와 결혼해 딸 연이를 가진다. 평범한 여성인 J와 주변 사람들이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은 엉뚱하고 기발한 반전으로 상큼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환한 대낮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어스름녘에 깨서는 아침인 줄 알고 학교 늦었다고 책보 챙겨갖고 신작로까지 나갔던'('통화'중) 기억처럼 44편의 글 대부분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음 직한,그래서 공유할 수 있는 일상의 친근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책 속의 이야기들이 결코 가벼운 웃음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인간 존재의 쓸쓸함은 '나는 때로 고아처럼 느껴져요'('나 여기 있어요'중)라는 한마디에서 알 수 있듯 책을 읽는 내내 긴 여운을 드리우기도 한다. 그러나 '풍금이 있던 자리''깊은 슬픔''기차는 7시에 떠나네' 등 신경숙 특유의 색깔이 살아 있는 작품에 익숙한 독자라면 평범한 콩트를 연상시키는 평이한 스타일에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듯 싶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