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42)씨가 전작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민음사)으로 문예계간지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로 선정됐다. 계간 「세계의 문학」이 3일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소설 「장밋빛 인생」은 광고기획자인 '나'와 유부녀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민', 방송국의 요리프로 진행자인 정애, 광고기획사의 인턴사원 이강호, 헬스클럽에서 만난 재즈스쿨의 여자 강사 등 현대성을 대표할만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대화체의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나'와 불륜의 관계를 맺었던 '민'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광고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살아온 '나'에게 삶은 30초의 광고에 묶여 있다. '나'에게는 사랑조차 '그저 행복한 한 순간일 뿐'이다. 그 무렵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민'은 30초 바깥의 편안한 일상으로 자리잡는다. '나'와 '민'은 육체적 사랑 이상의 것을 나누었어도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민'에게 남편과 이혼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민'은 '나'에게 다른 여자와 결혼하라고 종용한다. 결국 '나'는 요리프로 진행자인 '정애'와 결혼하면서 '민'과 헤어지지만 정애와의 결혼생활은 또 하나의 '조작된 환상'일뿐 현실에서 존재감을 찾지 못한다. 재즈스쿨 강사와의 스치듯 나누는 사랑이라든지, '나'의 그림자 같은 존재이자광고의 세게에 미친듯이 몰입하는 이강호의 모습들은 모두 실재의 인위적 대체물로써 이미지와 환상에 의해 구성된 존재들이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씨는 "사막과 같은 현실에서 습기를 찾아가는 소설 인물들은'조작된 현실'에 갇혀 직접적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면서 "이 소설은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인간의 소통문제를 다룬 점에서 통속 멜로물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90년대 소설을 주도했던 여자 작가들이 내면과 감성에 집착했다면 정씨는 감성-지성, 내면-서사의 반목을 훌륭하게 통합해내고 있다"면서 "소설의 대사가완벽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인물의 형상화나 아우라의 창출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등 대형 작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