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전의 최고급 중국비단인 능(綾)에 쓰인박영효(朴泳孝ㆍ1861-1939)의 서예작품이 지난 23일 있었던 서울옥션 주최 '제54회문방사우와 문인화 경매'에 출품돼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행서족자는 "오랑캐는 험악하나 본디 내 포부를 막지 못하니 어찌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다르겠는가. 고요한 밤바다 파도는 3천리이고 밝은 달빛에 순유하는 스님의 지팡이 아래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바람이 드세네(險夷原不滯胸中 何異浮雲過太空 夜靜海濤三萬里 月明飛錫下天風)"라는 내용이다. 민족의 위기상황이 작가의 호연지기와 함께 잘 표현된 이 작품은 박영효가 말년에 쓴 글씨로, 청나라 말기 서예대가인 허사오지(何紹基ㆍ1799-1873)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특히 명나라 때 고관대작들이 서화 제작에 사용했던 능에 쓰여 더욱눈길을 끈다. 고미술계는 진품이 극히 드문 박영효의 글씨가 명나라 이후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능에 쓰였다는 사실은 미술사적으로 의의가 크다고 보고 있다. 미술계는 박영효가 당시 구하기 힘든 능에 글씨를 남긴 것은 그가 철종의 부마였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판서 박원양(朴元陽)의 아들로 12살 때 철종의 부마가 된 박영효는 북학파의 학맥을 이은 개화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아 김옥균(金玉均),서광범(徐光範) 등과 함께 개화당을 조직했으며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후 귀국해 동아일보사 초대 사장, 일본귀족원 의원, 중추원 의장 등을 지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