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업에는 장기전략이 필요합니다. 감독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승재 LJ필름 대표(38)의 영화사업 전략은 독특하다. 그는 흥행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편을 제작한 끝에 한 두 편의 성공을 노린다. 올초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총제작비 12억5천만원이 들어간 이 영화는 개봉관에서만 70만명을 동원했다. 극장 및 배급비용을 제외한 제작사측이 거둔 흥행수입만 21억원이고 50만달러의 수출액,비디오판권과 방송판권 등을 포함하면 총수입 33억원,순익 21억5천만원이 기대된다. 추가 수출 등을 예상하면 수익은 더욱 커질 전망.국내의 "작가주의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김기덕 감독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습니다. 해외영화제에 꾸준히 참여했고 전문가들을 동원해 그의 자료집을 별도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김감독의 이전 작품들은 사실 흥행과는 무관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해 김감독의 "수취인불명"을 창립작품으로 제작했고 "예상대로" 국내 흥행은 참패였다. 그러나 그는 각종 영화제에서 김감독의 작품을 알리는데 전력을 투구했고 그 유명세가 국내로 돌아왔다. 그는 "감독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언젠가 서울에서도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재미를 바라는게 관객의 속성이지만 때로는 명분도 추구한다는 것이다. "나쁜 남자"의 성공이후 외국 영화업자들이 김감독의 영화에 투자할 의사를 속속 알려오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여름께 크랭크인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독일 영화사 "판도라"와 공동 제작할 방침이다. 판도라는 첸카이거의 "패왕별희",타르코프스키의 "향수" 등에 투자한 유력 영화사.유럽업체와의 공동 제작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밖에 김감독의 또 다른 작품 "해안선",정지우감독의 미스터리멜로 "두 사람이다" 등 5~6편을 올해중 크랭크인할 계획이다. 이른바 작가영화뿐 아니라 "좋은" 상업영화도 함께 제작한다는 복안이다. 그래서인지 창립 2년밖에 안된 LJ필름에 투자자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한 두편으로 돈 벌 생각을 하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대신 여러 번 실패를 각오하고 그중 한 번의 성공을 기대하라고 주문합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