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쿨파 피자마 아낭우쿠 응우라쿠투"(아보리진의 땅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낯설디 낯선 언어는 사막의 붉은빛 모래알을 그슬리는 늦여름 정오의 화기(火氣)만큼이나 이역땅에 들어섰음을 실감케 한다. 정반대의 계절 흐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지평선에 총총한 별자리까지, 어느 것 하나 눈에 익은게 없는 남반구의 대륙 호주. 그 중심부의 노던 테리토리 특별구와 특별구 아랫부분 대륙의 정중앙부인 레드센터는 '울룰루'로 인해 더욱 신비롭다. 자, 거리를 두려해도 빨려들 수 밖에 없는 울룰루를 향한 몰아(沒我)의 여행 시작! # 울룰루 에어즈록(1873년 윌리엄 고스란 사람이 당시 남호주 총리인 헨리 에어 경의 이름을 따 울룰루를 에어즈록으로 명명했다)의 코넬란공항에서 에어즈록리조트까지의 짧은 길은 마음을 한층 들뜨게 만든다. 차창 밖으로 내내 따라오는 거대한 물체. 키작은 나무와 덤불로 덮여 끝없이 펼쳐진 붉은사막 위에 홀로 당당한 울룰루다. 울룰루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산. 높이 3백48m, 둘레 9.4km 크기의 나뉘어진데 없는 한몸바위다. 유네스코의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호주의 배꼽'이다. 침식과 퇴적, 지각변동을 거치며 쌓아 올린 억겁의 연륜은 붉은색을 입힌 갑옷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암 덩어리여서 잿빛이어야 옳지만, 섞인 철분의 산화작용으로 거죽이 벌겋게 보이는 것. 맑은날의 일출, 일몰 때는 대기가 태양의 붉은빛 산란에 촉매로 작용, 한층 진한 핏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에 넋을 놓게 만든다. 울룰루는 이 지역 아보리진(호주원주민)인 아낭우의 성역이기도 하다. 태고적부터 이어져 현재하는 아낭우의 신화, 시간, 종교, 도덕, 사회체계인 주쿠르파가 울룰루와 함께 한다. 미르치아 엘리아데가 예로 든 인도의 메루산, 이란의 아라베레자이티산, 팔레스타인의 게리짐산 등과 같은 성스러운 '우주의 기둥' '세계의 중심'에 다름아니다. 울룰루 곳곳에 그 '신화의 시간'이 남아 있다. 아낭우는 울룰루에서 처음 인마(종교의식)을 행한 말라족의 흔적, 말라족과 검은 개형상을 한 쿠르파니와의 영역다툼 이야기를 읽는다. 반대편 무티줄루쪽에도 그들 조상과 관련된 뱀 쿠니아와 리루의 싸움이야기, 부상당한 에뮤를 구해준 푸른혀의 선한 도마뱀 룽카타의 전설도 본다. 이를 기록하고 가르치며 전승하기 위해 그려 놓은 암벽화가 그 순수의 시간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아낭우는 성역인 울룰루에 발을 대고 오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러나 기를 쓰고 정상을 향한다. 2만여년 전부터 이곳에 삶터를 일구었던 아낭우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게 옳지 않을까. 1985년에야 백인들에게 빼앗겼던 그 땅을 반환받은 그들이 아닌가. 등반 도중 바람에 쓸려 목숨을 잃은 다섯사람을 추모하는 동판이 문명화에 뒤진 사람들을 짓밟는 행태를 경고하는지도 모르겠다. # 카타주타 울룰루 서쪽으로 42km 떨어진 곳의 카타주타는 울룰루.카타주타 국립공원 내의 또 다른 주역. 아보리진 말로 '수많은 머리'란 뜻이라고 한다. 최고 높이가 5백46m인 36개의 돔형태 바위가 장관을 이룬다. 울룰루와 같은 시기에 형성되었지만 성분은 다르다. 굵은 자갈이 섞인 콘크리트더미 같다. 진안의 마이산을 연상하면 된다. 철분의 산화작용으로 겉이 벌건게 마이산과 다를 뿐이다. 바람의 계곡, 올가골짜기 트레킹코스가 있다. 걷기에 어렵지 않지만 골짜기 사이로 밀려드는 바람의 세기가 보통이 아니다. # 와타르카 울룰루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와타르카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킹스캐년(에덴의 정원)이 속해 있다. 넉넉잡아 3시간 길인 킹스캐년 능선의 해맞이트레킹을 빼놓을수 없다. 아침햇살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계곡이 황홀경을 이룬다. 트레킹길 중간 아래쪽 에덴의 정원 중심부에는 원시의 평화가 가득하다. 울창한 수목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천상호수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날지 못하는지 총총걸음하는 스피니펙스 비둘기가 자연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열어준다. 반대편에 서면 킹스캐년의 계곡미를 더해주는 절경을 마주한다. 신들이 커다란 도끼로 쿵쿵 찍어 깎은 듯, 매끄러운 나뭇결과 같은 계곡의 거대한 한쪽면이 나만의 신화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울룰루(호주 노던테리토리주)=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