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최고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시사 최고의 아방가르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상은 어두운 식민지 시대에 돌출한 모던 보이다. 그의 등장 자체가 한국 현대 문학 사상 최고의 스캔들이다. 알쏭달쏭한 아라비아 숫자와 기하학 기호의 난무,건축과 의학 전문 용어의 남용,주문(呪文)과도 같은 해독 불능의 구문으로 이루어진 시들.자의식 과잉의 인물,퇴폐적 소재,악질적인 띄어쓰기의 거부,위트와 패러독스로 점철된 국한문 혼용의 소설들.그의 모더니즘 문학과 비일상적 기행(奇行)들은 이 스캔들의 원소를 이룬다. 이상의 ''오감도''는 소설가 이태준이 학예·문예부장이던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된다. 이태준은 이상이 일으킬 파문을 예견하고 안 호주머니에 사표를 넣고 다녔다. 이 원고는 처음부터 말썽이었다. 원고가 공장으로 내려가자 문선부에서 ''오감도(烏瞰圖)''가 ''조감도(鳥瞰圖)''의 오자가 아니냐고 물어왔다. 오감도란 말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고 듣도 보도 못한 글자라는 것이다. 겨우 설득해서 조판을 교정부로 넘겼더니 또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중에 편집국장에까지 진정이 들어갔지만 결국 시는 나갔다. 그 다음부터 또 문제였다. "무슨 미친 놈의 잠꼬대냐" "무슨 개수작이냐" "당장 신문사에 가서 오감도의 원고 뭉치를 불살라야 한다" "이상이란 작자를 죽여야 한다"….신문사에 격렬한 독자 투고와 항의들이 빗발쳐 업무가 마비되었다. 당대를 훨씬 앞지른 ''첨단'',이 도저한 정신분열적 언어의 파행에 독자들은 이토록 거부감을 나타낸다. 당대 사람들의 의식과 정서로는 수용 불가능했던 시 ''오감도''. 그러나 당대 사람들에게 모독당한 이 시는 뒷날 구태의 한국 문학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모더니즘 문학의 진경을 펼쳐 보인 ''앞서간 문학''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불멸의 자리에 각인되며 후학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뒷날 시인 이승훈은 이상에게서 "반리얼리즘적 태도,실존의 현기,추상성,자아에 대한 회의를 배웠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