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하고 통제하기보다 사랑으로 기다려주었더니 결국은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서더군요.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만이 그들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충북 청원의 가톨릭계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 교장 윤병훈 신부가 3년 간의 대안 교육 경험을 담은 책 ''뭐,이런 자식들이 다있어!''(생활성서,7천원)를 펴냈다. 양업고는 지난 98년 천주교 청주교구 산하의 인성교육 전문 특성화고교로 설립돼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1998년 1기로 입학한 35명 중 20명이 첫해에 학교를 떠나기도 했지만 나머지 15명은 무사히 졸업했다. 올해에는 28명의 아이들이 2회 졸업생으로 배출될 예정이다. "처음엔 무단외출 외박과 장기결석 폭력 자해 수업포기가 다반사였지요. 어쩌다가 교실에 들어와도 잠만 자거나 흡연 잡담 등으로 공부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요" 하지만 양업고에서는 학생들에게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잘못을 해도,일탈행동을 해도 나무라거나 탓하지 않았다. 대신 교사들이 학생들과 기숙사 생활을 같이 하며 24시간 내내 그들을 이해하고 감쌌다. "1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자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출퇴근도 없이 헌신하던 선생님들이 지친 나머지 학교를 떠나려 하자 이번엔 애들이 ''선생님들,그냥 계셔 달라''고 매달리더군요" 누가 말하지 않아도 교실에 들어와 책과 공책을 꺼냈고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지 않고 그냥 두면 "왜 안깨워 주느냐"며 투덜댔다. 학생들끼리 전체회의를 통해 규칙을 정하고 지키며 진짜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욕설과 폭력 흡연 등도 자연스레 사라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했다. 양업고에선 지난해 졸업생 중 14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윤 신부는 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첫 졸업을 앞둔 우리에게 ''대학에 몇명 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불쌍해 보였다"며 "하느님은 한 사람도 쓸모없는 인간을 만들지 않고 재능을 다 부여했는데 우리들의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