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 종정의 입적으로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인 종정의 자리가 당분간 공석에 놓이게 됐다. 현재로선 차기 종정에 관한 논의는 일단 혜암 종정의 49재가 끝난 뒤에나 언급될 수 있다는 것이 종단내 대체적 기류이다. 민감한 문제인 탓에 그 전에는 누구도 공론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정 선출은 종헌에 따라 원로회의(19명)와 총무원장, 호계원장, 종회의장 등이 모여 추대하는 형식을 취한다. 표결로 가는 경우는 생각하기 힘들다. 대체로 원로회의 의원들과 총무원장이 거중조정을 통해 후보를 사전조율해 둔 상태에서 단독으로 추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해 볼 수 있는 후보군은 가야총림, 영축총림 등 5대 총림의 방장들이다. 총림과 문중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어른들인 방장들을 비롯, 원로회의 의장과 일부 원로의원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볼 수 있다. 99년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한 혜암 종정은 당시 원로회의 의장이었으며, 개혁세력의 전폭적 지지 속에 원로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추대됐었다. 조계종 종정은 전통적으로 수행승인 선승이 점해왔던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향후 종정 추대 과정이 과거 일부의 경우처럼 다소의 불협화음을 낼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개혁세력인 현 집행부의 출범 후 문중.총림간 안팎의 갈등이 잠잠해지는 등 종단이 평온을 찾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49재 이후 원로회의가 소집돼 차기 종정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