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희은(50)씨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양희은ㆍ30」(엔터원)을 내놓았다. 1971년 '아침이슬'로 데뷔한 양씨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늙은 군인의 노래'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 '하얀 목련' '한계령' 등 서정적이면서도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을 담은 포크송을 통해 70년대 이후 청년문화를 주도했다. 데뷔 30주년을 맞아 내놓은 새 앨범의 수록곡에 대해 그는 "가난과 병마 등으로 세상을 어렵게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을 담은 노래들"이라고 밝혔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지난 8월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청취자 추희숙씨의 사연을 담은 '희제 생일축하 편지'와 '송곡', 직접 작사한 '그대가 있음에' '나 떠난 후에라도', 안도현의 시에 곡을 붙인 '사랑-당신을 위한 기도' '제비꽃에 대하여' 등 11곡을 새 앨범에 실었다. 저항적 색채를 띤 포크가수로 1970-80년대를 보낸 그는 '짓밟고 금지해도 들 풀처럼 살아나는 노래'를 보며 "노래도 사람처럼 운명을 타고 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1985년 발표했던 '한계령'이 미국으로 이민갔다가 중간에 돌아와 보니 뒤늦게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7년여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지난 93년 귀국한 그는 중년가수로는 드물게 쉼없는 공연활동으로 '제2의 가수인생'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여보 우리 힘내요 」「우리는 지금 한계령을 넘는다」「아줌마 동숭동에서 길을 잃다」「겨울 동창회 」등의 제목을 내걸었던 그의 대학로 라이브 공연장에는 항상 중년관객들이 넘쳤다. 지난 8월말부터는 전국을 순회하며 데뷔 30주년 기념공연을 갖기도 했다. 가수 데뷔 후 줄곧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해 온 그는 "거친 세상살이에도 맑은 눈빛과 따뜻한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나눔이 무엇인지 알고 사는 사람들, 서로 돌볼 줄 아는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노래'안에서 맴돌던 내 인생을 매번 새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면서 "이번 앨범은 기댈 곳 없이 이 땅에 홀로 선 숱한 언니들과 누이들, 힘겹고 고단한 살림을 지고 지친 어깨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여자들에게 바치는 노래들로 꾸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