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인 테러국가는 바로 미국이며,미국이 세계 각처에서 행한 수많은 악행이 뉴욕 테러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노엄 촘스키(73·매사추세츠공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최근 나온 '촘스키,9-11'(박행웅·이종삼 옮김,김영사,8천9백원)에서 뉴욕 테러를 미국의 강경외교 정책 산물이라며 미국의 자성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9·11 테러 직후 그가 주요 신문이나 방송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엮은 것.뉴욕 테러와 미국의 무력대응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분석이 담겨 있다. 그는 국제법을 무시한 미국의 폭격과 자국중심주의에 야합하는 지식인,전쟁을 부추기는 주류 언론을 통렬하게 질타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또다른 '불량국가'(rogue state)인 미국의 '범죄'를 낱낱이 들춰낸다. 아프간 침공에 대해서도 '기아로 수백만명이 죽음의 문턱에 있는 그곳의 무고한 시민들을 함부로 살해하는 것은 그 자체가 테러리즘이지 결고 테러를 막기 위한 전쟁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범인으로 지목받은 빈 라덴의 조직마저 미국이 8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구소련 침략군에 타격을 주기 위해 무장시킨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는 '9·11 테러의 사상자 수가 1998년 미국의 수단 알시파 의약품공장 폭격 결과와 비슷할지 모른다'며 레이건 행정부의 베이루트 폭파사건,1백50만명의 사상자를 낸 이라크 침공,터키의 쿠르드족 진압 지원,과테말라 민주정부 전복 등 미국의 '국제 테러'가 세계인을 분노하게 했다고 말한다. 더구나 그는 미국 정부가 9·11 테러를 다른 문제 해결의 기회로 이용하려 한다고 꼬집는다. '미사일 방어체제를 포함한 군사주의 강화,사회민주적 프로그램 후퇴,부의 소수집중 강화,기업의 세계화 또는 환경문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립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반대를 없애기 위해 사회를 조직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패권주의의 본질을 꿰뚫는 촘스키의 시각은 '살아있는 양심'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