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고문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첫 실사작업이 이르면 다음달 착수된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프랑스에 보관중인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첫 실사작업을 내달중 벌이기로 하고 서울대 규장각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국학팀 3-4명으로 실사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정부 실사단은 프랑스측으로부터 최종 답변이 오는대로 프랑스를 방문,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중인 297권의 외규장각 의궤(儀軌) 가운데 복본(複本)이 없는 유일본 어람(御覽)용 의궤 67권의 보관상태, 내용물 등에 대한 정밀 실사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실사단은 이미 프랑스측에 유일본 의궤에 대한 마이크로필름화 작업을 요청해 놓았다.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실사작업은 프랑스가 약탈해간 뒤 지금까지 140년간 전혀 이뤄지지 못한 상태로, 지난 7월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위한 양국간 제4차 협상에서 우리측의 요구로 선(先) 실사 실시가 합의됐다. 그러나 국내 학계에선 '맞교환 방식'의 반환 추진에 반대하며 맞교환을 전제로 한 실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실사에 따른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이번 실사는 '맞교환' 등을 전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우선 외규장각 도서의 보존상태, 내용물 확인 등에 큰 의미가 있으며, 실사작업은 앞으로 수차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프랑스 양국은 지난 7월 협상에서 프랑스 소장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맞교환 방식'으로 우리측이 반환받기로 하고, 구체적으로 ▲프랑스에 있는 어람용 의궤는 국내에 복본이 여럿 있는 같은 제목의 비(非)어람용 의궤와 ▲한국에 복본이 없는 유일본은 같은 시기(1630-1857년)에 만들어진 것 중 한국에는 복본이 여럿 있으나 프랑스에는 없는 다른 비어람용 의궤와 상호대여키로 합의했다.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문제는 지난 93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 본격 제기돼 고속전철(TGV)의 한국 수출을 앞두고 프랑스측이 `휘경원원소도감' 1책만 반환한뒤 지금까지 제대로 실상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