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목사"로 유명한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털어놨다. 에세이집 "참으로 소중하기에...조금씩 놓아주기"(중앙M&B,8천5백원)를 통해서다. 최 목사에게 가족은 부모와 자식 등 핏줄로 얽힌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동안 밥을 짓고 퍼주면서 만난 고아,무의탁 노인,행려병자,노숙자 등 어려운 사람들이 모두 그의 가족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최 목사가 이른바 '청량리 588'에서 밥과 라면을 나누며 느꼈던 인간적 갈등과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힘든 길을 같이 걸어온 어머니와 아내,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등이 12가지 테마와 함께 녹아 있다. 최 목사가 처음 '밥퍼 공동체'를 시작한 것은 버려진 노인에게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친부모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서 누구를 섬기느냐"고 역정을 냈다. 그러나 얼마 후 어머니는 공동체 현장에 나와 가만히 설거지를 거들었다. 청순한 수녀와 결혼한 최 목사도 부부싸움을 적잖게 한 모양이다. 최 목사가 신학교에 다니던 신혼시절,고부갈등 때문에 어머니가 기도원으로 가출했고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화염방사기'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성질이 불같았던 최 목사는 "아니,10년 넘게 수녀생활을 했다는 여자가 그것 밖에 안돼?"라고 다그쳤고 아내는 크게 상심했다. 그날 저녁 최 목사는 "그래도 내가 뒤끝은 없잖아"라며 사과하자 아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성격에 뒤끝까지 있으면 그 게 인간이에요?" 최 목사는 "내가 신의 사랑을 간구하며 인생의 소중한 의미를 절절이 느낄 수 있었던 통로는 바로 가족"이라며 "가정은 천국의 그림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은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내 곁에 머물며 기쁨을 주는 존재"라며 "스스로 길을 찾도록 놓아주라"고 강조했다. 소중한 만큼,사랑하는 만큼 조금씩 놓아주라는 얘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