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피아노 음악은 독특한 미적 공간에 위치한다. 슈만과 드뷔시,또는 쇼팽과 라벨 사이에 있으면서도 미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는 그런 공간이다. 포레는 오랫동안 과소평가돼 왔지만 지금은 '보물'로 인정받는 작곡가다.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이런 포레의 곡들을 담은 앨범을 '데카' 레이블로 냈다. 백씨는 고도로 연마된 감각과 유연한 테크닉으로 포레의 곡들을 소화해 냈다. 그의 연주는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는 엄격함 속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조바꿈을 완숙하게 처리한다. 이로써 '음악은 실재(實在) 너머로 가능한 멀리 데리고 가는 것'이라는 포레의 음악관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수록곡은 '녹턴1번' '녹턴3번' '즉흥곡' '전주곡' 등 총 13개곡. 그러나 대부분의 곡들은 전형적인 장르에서 한 걸음 이탈해 포레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02)2106-2000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