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13일「라보엠」을 공연중인 한강오페라단(단장 박현준)이 당초 홍보했던 내용과는 달리 주요 부분이빠진 무대를 선보여 관객을 우롱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강오페라단은 당초 이번 「라보엠」 공연을 홍보하면서 등장인물인 화가 마르첼로가 앞에 모델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 실제 누드모델을 출연시킨다고 홍보했었다. 이는 아직 관객층이 빈약한 국내 오페라계 현실을 감안, 보다 많은 대중을 객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였다. 그러나 지난 9일과 10일 두 번의 공연 모두 누드모델이 출연하지 않았다. 관객 이주원(36.회사원)씨는 "오페라를 잘 몰라 평소에는 거의 보질 않다가 이번에는 누드모델이 출연한다고 해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큰 맘 먹고 와 봤는데 정작 누드모델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 사기당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누드모델 출연 계획은 오페라단측의 대대적인 홍보로 수많은 언론 보도까지 나갔던 사안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초 해설자로 출연한다고 팸플릿과 신문 보도에까지 소개됐던 탤런트 오미희씨 역시 '개인사정'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한강오페라단 박현준 단장과 이번 작품을 통해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한 연극인 유인촌씨는 누드모델 출연 등 연출방법을 놓고 심한 의견차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페라의 품격'을 중시한 유씨가 처음부터 누드모델 출연 등 말초적인 관심을 끌려는 연출에 반대했던 반면 박 단장은 '오페라도 대중적이어야 한다'며 유씨의 말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언론 등에 누드모델 출연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급기야는 단장과의 견해 차이로 도저히 연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유씨가 10일 공연을 끝으로 「라보엠」 연출직에서 철수하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유씨는 "박 단장이 연출자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계속 오페라의 품격을 해치는 요구를 해 와 이런 상태에서는 도저히 연출을 할 수 없다고 판단, 10일 공연을 끝으로 연출자의 자리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11-13일 공연은 연출자가 없는 상태에서 치러야 하게 됐다. 누드모델 등장, 탤런트의 해설, 유명 연극인의 연출 등 한강오페라단이 공연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요소들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서울시의 '무대공연작품 지원금' 특혜 시비로 시선이 곱지 않은 오페라단의 공연이 이래저래 시끄럽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