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간 연필그림만을 고집해 온 원로작가 원석연 화백이 10월 10일부터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91년 갤러리현대에서의 초대전이후 10년만에 갖는 회고전이다. 올해 팔순인 작가가 6.25의 참상을 담은 "1950년"등 미공개작을 포함해 그의 대표작 60여점이 출품된다. 원 화백은 화단에서 "개미화가" "굴비작가"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한마리의 개미를 연필화로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에서부터 수만 마리의 개미를 라이프사이즈로 묘사한 5m에 달하는 대형작품까지 제작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1950년"은 굵게 패인 차량 바퀴자국과 흩어진 여자고무신속에 파묻혀 죽거나 살아있는 개미군상을 통해 6.25의 참상과 비극을 고발한 작품이다. 개미를 관찰하기 위해 집 어항에 개미를 직접 기르기도 했다고 한다. 새끼줄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굴비나 마늘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도 그의 대표작이다. 1959년작인 "문수보살"은 석굴암에서 몇달 동안 기거하면서 연필을 세워 점 하나하나를 찍어서 완성한 작품이다. 최근에는 "철물"시리즈를 주로 그리는데 "엿가위" "육고간"등 옛정취가 물씬 풍기는 기물에서부터 놋슨 철조망을 단순하면서 현대적 조형감각이 돋보이게 묘사했다. 황해도 신천 태생으로 일본 가와데코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작가는 해방이후 월남하면서 유화붓을 한번도 잡지 않고 오직 연필화만 매달려왔다.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연필화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것이 내거다라는 신념때문"이었다고 한다. "연필화도 유화처럼 컬러 화면을 보일 수 있지.흐리거나 진하게 칠하면서 연필로 7가지의 색깔을 낼 수 있거든" 그는 화단에서 "고집이 센 야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작가가 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질 때 화랑측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작품선정을 주도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 화백은 반대로 작품 선정을 자신이 직접 한다. 작품 몇 점을 화랑에 건네주고 "전시회를 할려면 하고 싫으면 말라"는 식이다. 작품 판매도 마찬가지다. 단 한푼도 깍아주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그의 작품은 몇 몇 화랑에서만 보유할 뿐 팔리지 않는 그림이다. 전업작가로 지난 10년간 전시회를 가진 적이 없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냐는 질문에 원 화백의 답변은 의외로 덤덤하다. "집시도 사는데 뭐 못 살겠어"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는 "아직도 현실과 일절 타협하지 않고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살아온 원 화백은 요즘 젊은 작가들이 배울점이 많은 귀감"이라고 말했다. 10월 23일까지.(02)725-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