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있는 작가 이외수(55)씨의 집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6일 밤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 그의 문학인생이 소개된 뒤 갑자기 바빠진 것. 올 봄에 나온 우화집 "외뿔"(해냄)도 덩달아 판매부수가 급상승하고 있다. "외뿔"은 1백살 먹은 도깨비 "몽도리"를 주인공으로 부조리한 우리 삶과 사회에 일침을 가한 작품으로 1천장의 파지끝에 완성한 신작 그림들도 담겨 있다. 춘천시 교동 자택에 있는 사랑방 '격외선당(格外仙堂)'. 이곳에는 전국의 독자들을 비롯해 외모와 목소리가 비슷한 가수 이남이,전혀 다른 이미지의 탤런트 정보석 등이 자주 찾아와 술 마시고 얘기꽃을 피운다. 20평이 조금 넘는 이 공간에는 그가 일필휘지로 그린 메기 그림 등 묵화 20여점이 걸려 있다. 그가 작품을 쓰는 곳은 자택 2층 구석에 있는 네 평 정도의 방. 한 켠에는 화장실이 하나 있고 세상과 통하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다. 그는 여기서 '벽오금학도'와 '황금비늘'을 썼다. 그때 철창문을 구해 달고 자물쇠까지 채워 원고가 탈고될 때까지 꼼짝않고 집필,'철창 속에서 글을 쓴다'는 소문이 생겼다. 그는 잘 먹지도 않을 뿐더러 밤과 낮을 거꾸로 생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용한 밤에 글을 쓰다보니 습관이 됐어요. 이젠 글을 쓰지 않더라도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가냘픈 몸'인데도 하루 한 끼만 먹고 밤을 새는 그는 누구보다 배고픔과 불면에 강하다고 자신한다. 보통은 정오가 지나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몸무게는 40∼43㎏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정도. 굳이 많이 먹을 필요 없다,최소한의 양만 먹자는 게 그의 먹거리 철학이다. 그러나 술에 대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고 천상병 시인과 4박5일간 한 곳에서 대작한 적도 있었다. 얼핏 보기에 기계문명과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는 컴퓨터와도 매우 친하다. 20년 이상 엎드려 글을 쓴 탓에 허리와 눈이 너무 나빠져 '자세를 고치려고' PC를 샀다. 둘째 아들이 채팅을 권유하면서 통신방엘 드나들고 인터넷으로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그는 국내 작가 중 흔치 않게 고정 독자를 40만∼50만명이나 갖고 있다. 그의 책은 어느 서점에서나 찾을 수 있는 스테디셀러. 출판계에서 그만큼 확실한 흥행보증수표도 없다고 말한다. '마침표 하나 찍는데 4년이 걸린다'는 작가. 그는 지금 '자기 혁명'에 관한 새로운 마침표를 찍기 위해 신작 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