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도'의 작가 최인호(56)씨가 창작집 '달콤한 인생'(문학동네)을 냈다. 지난 82년 출간된 '위대한 유산'이후 근 20년 만의 창작집이다. 수록된 작품은 신작 '달콤한 인생' '이별없는 이별'을 비롯 '산문' '몽유도원도' '이상한 사람들' 및 1982년 발표된 중편 '깊고 푸른 밤' 등 6편이다. 창작집에는 문학적 연륜의 축적없이는 써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신선한 감각으로 그려져 있다. 표제작 '달콤한 인생'은 인생유전의 드라마를 종교적 시각으로 그려낸다. '수호천사와 악마의 영을 양편에 갖고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악마의 예언대로 태어난 아이가 소매치기를 거쳐 부잣집 아들로서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되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허무와 절망속에서 악마의 자살유혹과 이를 막으려는 천사의 의지가 그의 삶속에서 끊임없이 부딪친다. 종교적 성찰은 '산문'과 '이별없는 이별'에도 스며있다. '산문'에선 한 여인이 스님에게 태아의 진혼재를 부탁하고 천도재를 통해 태아의 원혼은 제비새끼들로 승화된다. '산문'이 불교적 세계관에 토대를 두고 '길없는 길'을 탐색했다면 '이별없는 이별'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몽유도원도'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도미설화를 새롭게 풀어놓은 작품.백제 개로왕의 탐욕을 피하려는 도미의 아내 아랑의 행적을 통해 헌신적 사랑의 표상을 보여준다. 영화 '패왕별희'의 감독 첸 카이거가 내년에 신화적 재미와 동양화적인 영상을 곁들여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최씨의 소설에서는 인생이 그 따분한 공식에서 황홀한 찬송으로 변하는 가슴 뭉클한 순간을 맛볼 수 있다"고 평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