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대중화 바람이 일고 있다.

평소 어렵고 딱딱하다고 여겨온 인문 역사 철학 의학에서부터 문화예술까지 그 분야가 광범위하다.

대중화 바람의 주인공은 지식인들.이들은 TV나 시민강좌 책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을 지식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노자 열풍"을 불러 일으킨 도올 김용옥씨를 비롯해 곳곳에서 "대중적 지식인"이 부각되고 있다.

매주 1회 "지식인 대중속으로"란 시리즈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지식인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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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수룩한 수염과 뒤로 묶은 긴 머리,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달변과 재담,그리고 독설.드라마 ''허준''에 이어 ''한의학 열풍''을 몰고온 금오(金烏) 김홍경씨의 대표적 이미지다.

김씨는 지난해 10월말 교육방송(EBS)의 특강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나와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강의,방송출연,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제자들이 매니저로 나설 정도다.

광고출연 제의까지 있었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쓴 ''사암침법으로 푼 경락의 신비''란 책도 10만부나 팔렸다.

그러나 지난 17일 만난 김씨는 "인기는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사암침법을 가르치고 진료봉사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얘기다.

김씨는 "한의학의 기본경전은 주역이며 음양관이 기본 도리"라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어둡고 밝은 면이 공존하며 이같은 양면성을 보지 않으면 절대주의와 맹신에 빠진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그는 방송특강을 통해 서양의학이나 기존 한의학의''이것은 약이고 저것은 독이다''라는 식의 암기 위주와 절대주의에서 국민들을 해방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의 한의학적 처방은 사암침법(舍岩針法)이 반,방약합편이 반이다.

특히 사암침법은 김씨가 기존 한의학계의 비난과 따돌림을 무릅쓰면서 복원해낸 것이다.

김씨에 따르면 사암침법은 조선 광해군 때 사암도인이 창안한 것으로 당대에는 신침(神鍼)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현재는 임상서인 ''사암도인 침구요결'' 외에는 원리가 전해지지 않아 전설로만 남았던 침술이다.

김씨가 이런 사암침법을 접하게 된 것은 한의대 졸업후 개원의 시절인 1974년.극심한 척추 디스크 환자를 놓고 쩔쩔매다 엉겁결에 서가에서 ''사암도인 침구요결''을 빼들고 그 처방대로 침을 놓은 게 즉효를 봤던 것.

이후 김씨는 숱한 임상적 시험과 주역,참선 공부를 통해 사암침법의 원리 규명에 나섰고 1983년 수덕사 혜암선사(85년 열반)와의 선문답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마음이 일어날 때 경락의 움직임에 따라 몸도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인체의 기(氣)가 흐르는 통로인 12경락은 마음의 통로''라는 가설을 세우고 태음 소음 궐음 양명 태양 소양 등 6가지 기운이 경락 속을 운행하는 이치를 밝혀냈다.

사암도인이 침구요결 서문에 남긴 ''심칠정지부침(審七情之浮沈·일곱가지 감정이 뜨고 가라앉음을 잘 살피라)''의 뜻이 풀린 것이다.

김씨는 지난 16년간의 임상체험과 강의 등을 통해 ''경락은 의식과 감정의 통로''라는 자신의 가설이 이론에 가깝게 굳어졌다고 믿고 있다.

그간 한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2차례의 ''사암도인 침술원리 40일 강좌''를 수료한 사람만 해도 2천명을 웃돈다.

이번 방송특강을 통해 한의학의 위상을 높인 공로로 한의사협회로부터 공로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을 이론만으로 다룰 수는 없습니다.

사암침이 일반침보다는 낫고 (임상경험을 통해) 이론적으로도 발전했지만 난치병을 고치기에는 멀었어요"

지난 13일 방송특강의 마지막 녹화를 끝낸 김씨는 다음달 중순께 인도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그리고 6개월이나 1년 뒤 돌아와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진료봉사 활동을 다닐 생각이다.

방송강의료를 전액 장학금으로 내놓은 김씨는 "돈은 언제라도 벌 수 있고 명예나 인기는 오래 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됐던 사암침법을 재발굴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한의학을 세계화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