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스키의 새로운 흐름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펀(fun)스키"라 할 수 있다.

스노보드같이 눕다시피 하며 회전하고 점프도 하고 벤치위를 미끄러지기도 하는 등 말그대로 "재미있는 스킹(sking)"을 즐기려는 스키어들이 늘고 있다.

스노보드 열풍으로 "왕따" 당하던 스키어들이 스키와 스노보드의 장점을 둘다 살린 새로운 스킹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스키를 즐기려면 스키플레이트 길이가 짧아지고 폭은 넓어져야 한다.

실제로 이런 특성을 지닌 신종 스키들이 시장에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게 스키보드와 프리라이드(freefide)다.

스키보드는 플레이트가 1m 이내로 짧막한 스키.

생긴 모양이나 폴 없이 타는 것은 스노보드와 비슷한데 두짝인 점은 스키와 같다.

스키와 스노보드의 특징을 합쳐 놓은 것.

그래서 이름도 스키보드다.

슬로프를 활주하다 벤치를 만나 그 위를 글라이딩할 수도 있고 단면이 U자형으로 생긴 스노보드 슬로프인 하프파이프에서 스노보드처럼 묘기를 부릴 수도 있다.

앞쪽뿐 아니라 뒤쪽도 팁(tip.위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있는 트윈팁이어서 스노보드처럼 빙글빙글 돌 수도 있다.

스키보드를 신으면 발목과 무릎 등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게 장점.

국가대표들이 스키보드로 기술훈련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빅풋(길이 80cm 가량)도 스키보드 일종이라 보면 된다.

프리라이드(또는 프리스타일)의 플레이트 길이는 1m60cm-1m70cm(성인 남성 기준).

기존 스키보다 20cm 정도 짧아졌다.

95-96년 시즌에 선보인 카빙(carving)스키에서 진일보한 스키라 보면 된다.

올시즌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제품이다.

프리라이드는 언뜻보면 카빙스키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카빙스키는 앞뒤가 넓어지고 가운데는 잘록한 모양으로 카빙턴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프리라이드는 앞뒤, 가운데를 가리지 않고 기존 스키보다 넓적해졌다.

스노보드의 메리트를 살린 것.

폭이 넓은 플레이트로 회전을 하면 눈속에 에지(플레이트의 가장자리)가 훨씬 깊숙이 박히게 돼 몸을 "ㄱ"자로 구부리는 앵귤레이션이 필요없게 된다.

자연히 스노보드를 탈때처럼 설면에 어깨가 닿을 정도로 "1"자로 기울여 회전하는 스릴을 맛볼 수 있다.

모델에 따라 트윈팁도 있어 3백60도 회전도 가능하다.

점프도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살로먼브랜드의 경우 "verse" 모델이 프리라이드다.

우리나라 스키어들은 이제야 카빙스키를 접하고 있는 단계다.

스키어들의 10-15%가 카빙스키를 타고 있다.

그래서 프리라이드는 아직 생소한 스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어느 스키매장을 찾더라도 기존 스키나 카빙은 없고 이 프리라이드가 전매장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그만큼 스키장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스키트렌드를 반영하듯 스키보드로 공중묘기를 겨루는 "블레이드 에어대회", 5명이 동시에 출발해 굴곡면을 통과하고 점프도 하면서 속도경쟁을 벌이는 "엑스게임" 등이 자주 열리고 있다.

올 시즌에는 스노보더들의 "재롱"을 신기하게만 쳐다보지 말고 프리라이드나 스키보드에 몸을 실어 직접 펀스키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