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겨울 패션의 키워드는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다.

하나같이 고급원단을 이용해 탁월한 디자인 감각으로 만든 듯한 의류매장 쇼윈도의 옷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

30년대풍의 테일러드 정장 스타일부터 80년대의 "거리패션"까지 올 겨울에는 많은 복고풍이 선보이고 있지만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여성스러움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결코 잊지 않았다.

<>유행의 근원지는 소비자 =올 겨울 패션을 "소비자가 만들어 낸 트렌드"라고 말한다.

이번 시즌 유행경향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 디자이너가 아니라 뉴욕의 신상류층(new rich)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파크 애비뉴 프린세스(Park Avenue Princess)"로 불리는 이들이 주역이 돼 "지극히 여성스럽고(ladylike)" "세련되고 호화스러운 (chic & gorgeous)"이라는 유행경향을 만들어 냈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 배경은 이렇다.

지난 80~90년대 패션을 이끈 것은 디자이너의 개성이었고 그 개성이 만들어내는 독창성이 시장에 자극을 주고 새로운 멋쟁이들을 만들어냈다.

80년대의 민속풍이나 90년대의 거지패션,펑크 등은 모두 전문 디자이너의 강한 개성이 밑받침되어 생겨났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대중들이 디자이너들의 강렬한 개성표현에 싫증을 내기 시작할 무렵 고급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앞세운 디자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디자인은 창의력보다 감각이 우선했기 때문에 지적 능력 넘치는 신상류층 뉴욕 여성들이 스타일 창조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색깔이 좀 더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겨울색인 검정과 회색 흰색 등 모노톤과 선명한 빨강과 보라색까지 다채로운 컬러가 인기를 누린다.

특히 지난해 불었던 회색바람은 이들 다양한 색상이 가미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회색이 섞인 노랑,회색이 섞인 파랑 등 벌써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색깔들이 그 좋은 예다.

반면 회색이 섞이지 않은 순도높은 파랑색 계열은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밝은 오렌지와 빨강에 가까운 보라도 트렌드 컬러로 꼽힌다.

낙타색과 브라운 등 자연을 닮은 색상들도 많이 쓰여 겨울에 따뜻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재는 고급스러움과 기능성을 한층 더했다.

캐시미어같은 비싼 소재가 대중화되는 추세며 모피와 가죽을 원하는 발길도 가격이 좀 더 높은 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양한 가공과 직조방법을 통해 거칠면서 미완성된 듯 자연스러움을 표현한 소재도 사랑받고 있다.

헤링본 홈스펀 등 전통 모직과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큼 굵게 짠 스웨터가 그렇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